사디즘

신고전주의 앵그르
<안젤리크를 구하는 로저> - P43

"그림 속 여성의 태도를 가만히 살펴보자.
그녀는 공포에 질려 있다기보다는 관능적으로 보인다.
앵그르는 그 당시 여성의 몸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이었다.

앵그르는 이런 위기일발의 순간에서조차,
여성의 관능미를 한껏 끌어내고 있다.
육체의 선은 순수하고, 나신의 피부는 반짝이며,
뒤로 젖힌 머릿결은 에로틱하다."


이 그림에 대해 별다른 비평 없이 마무리 한
루브르의 설명이 조금 아쉽습니다

광란의 오를란도가 중세 이슬람 세력과 대치했던
시대적 경험을바탕으로 쓰여졌다면,
안젤리크를 구하는 로저는
유럽의 강대국들이 다른 대륙을 정복하러 나섰던
제국주의 시대가 열리던 시기에 발표됐습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그리스도교의 보호를 위한 종교전쟁이었고
신대륙에 신문명을 심어주는 것이었겠지만,
이슬람인들과 신대륙 원주민들에게는
정복전쟁이자 침략전쟁일 뿐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마치 제국주의자들의 정복을 향한 욕망을
정당화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앵그르라는 거장의 작품을
너무 가혹하게 비판하는 건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앵그르로 대표되는 신고전주의 사조가
그리스도교의 승리를 강조하는 중세 문화를
중심 주제로 다룬 것을 생각하면,
<안젤리크를 구하는 로저>가
어떤 맥락으로 그려졌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그림을 단순히 앵그르의 시대착오적 실수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미술사에 한획을 그은 화가로 기록되는
그의 존재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서양을 대표하는 영웅이
‘관능적인 알몸의 여성을 구한다‘고 하는
매우익숙한 신화적 플롯에,
역사성과 시대성을 반영한 제 해석이 너무 지나친것일까요?
독자 여러분들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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