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표지의 중요성을 또 한번 실감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표지만으로도 이 책은 꼭 읽고싶다는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켰으니 말이다.

가끔은 표지에 혹해서 집어들었다가 책을 덮은 뒤 왠지 뒤통수 맞은 느낌에 허탈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 책은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에도, 책을 읽는 도중에도, 책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예쁜 분홍의 표지처럼 달콤한 책이었다.

일본에서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부랴부랴 책을 읽어나갔다.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달팽이 식당'만의 매력을 하나하나 느껴가면서...

 

달팽이 식당에는 '편안함'이 존재했다.

자극적인 소재로 넘쳐나는 영화나 드라마에 어느샌가 익숙해지고, 결국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책 소개를 읽고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 나였다.

독서 후에도 기분이 늘 가라앉아있고 왠만한 책에는 눈이 돌아가지도 않게 된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식하지 못한 내 마음 어딘가에서 '달팽이 식당' 같은 책을 꾸준히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달팽이 식당'에는 기분 나쁜 인물도 존재하지 않고 막장 드라마처럼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나 내용도 없었다.

링고의 실어증에도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냥 어디에선가 살고있는 내 이웃 '링고'의 생활을 편안히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달까.

이 편안함은 자칫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지만 '달팽이 식당'의 맛있는 요리를 상상하다보면 지루함을 느낄 여유는 없을 것이다.

 

달팽이 식당에는 '사랑'이 있었다.

가족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타인에 대한 사랑...

링고는 자신의 요리의 재료가 되는 동식물 등 자연까지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링고가 만드는 요리의 모양과 냄새를 상상하고, 소리를 상상하고, 맛을 상상하면서 나도 링고의 요리를 먹게 된다면 쉽게 어떤 무엇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했다.

세상에 그런 마법같은 요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이 있기에 눈물도 따르는 법... 달팽이 식당에는 '눈물'도 마르지 않는다.

저마다 하나씩은 가슴속에 상처를 품고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을 읽고 요리를 만드는 링고...

링고 자신도 사랑에 대한 상처로 목소리를 잃고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고향으로 돌아와 '달팽이 식당'을 열었기에 상처받은 타인의 마음까지도 잘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딱맞는 요리를 만들어 요리로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러면서 차츰 자신의 상처까지도 치유해나간 것이리라...

 

요즘 월요일, 화요일 밤마다 야식의 세계로 날 인도하는 드라마 '파스타'를 보면서 힘겨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사실 힘들었다.

어쩜 요리에 대한 묘사를 그리 잘 해놓았는지 눈으로 직접 요리를 보지 못했어도, 식욕을 돋구는데 큰 역할을 하는 맛있는 냄새도 맡지 못하고 요리가 만들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어도, 책 속의 단 몇 문장이 나를 무척이나 괴롭게 만들었다. 이건 '달팽이 식당'을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책 '달팽이 식당'의 부작용을 굳이 찾자면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다이어트의 적 '달팽이 식당'이지만 우리 동네에도 '달팽이 식당'이 있으면 매일 드나들 수 있을 것 같다.

 

'달팽이 식당'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처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그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 상처는 또 바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삶 속에서 편안함도 느끼고, 사랑으로 희비를 경험하기도 하고 또 눈물도 흘릴테지만 이 모든 것들이 '행복'이라는 요리의 재료가 되리라 믿는다.

책을 읽으며 링고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이 행복을 느꼈듯 나 또한 '달팽이 식당'을 덮고 나서 링고의 '행복'이라는 요리를 맛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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