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비밀'은 언제나 우리의 삶과 동행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공유하는 비밀이 더이상 비밀이겠냐마는 누군가와 비밀을 공유함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면 특별한 비밀이 아닐지라도 괜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아가며 느끼는 재미는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에도 그렇다.

추리소설을 읽으며 비밀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쉽게 놓지 못할 때도 있고, 어떤 책은 단지 비밀과 관련된 책이라는 이유로 그 자체로 미스테리함을 풍기기 때문에 독자의 선택을 받기도 한다.

<블랙북>도 이런 이유로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되기도 했다.

단어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의 귀를 쫑긋거리게 되는 바로 이 '비밀'의 이야기가 바로 <블랙북>에 담겼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자라온 소년 '러들로'는 그들에게서 벗어나 한 시골 마을에 발을 디딘 후, 특이한 개구리를 데리고 다니는 정체 모를 '조 자비두' 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생활하며 자비두가 전당포를 열어 사람들의 비밀을 사는 일을 돕는다. 그 일은 바로 '블랙북'에 사람들의 비밀을 옮겨적는 것...

러들로는 자비두의 일을 돕고는 있지만 자비두의 정체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수많은 의문을 품고 있으며 러들로 자신이 적기 이전의 블랙북의 내용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몰래 훔쳐보고는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곧 이 책을 읽는이들의 생각과도 같을 것이다. 
러들로의 이런 감정을 따라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 또한 러들로의 감정에 동화되었던 것 같다.

또한 자비두에게 비밀을 파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시골'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상에 찌들대로 찌든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의 한가운데에는 늘 마을에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제레미아'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자비두와 블랙북, 그리고 특이한 개구리의 정체가 밝혀지는데에도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준다.

 

<블랙북>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섬세하고, 뛰어난 묘사와 함께 책에 포함된 일러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책을 읽는 이들이 마치 러들로가 적은 블랙북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여러면에서 신경을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이거 동화 아닌가?' 였다. 폰트의 크기도 보통 소설책보다 좀 더 커서 '워터스톤스 어린이책 상' 후보에 올랐다는 책 날개에 적힌 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성인이 읽기 유치하다는 것은 아니고
성인이나 어린이, 모두가 읽어도 좋을 내용을 담고있다.

어쩌면 성인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음울하고 어두운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답게 <블랙북>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며 짙은 회색이나 검정색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러들로가 듣고 적은 사람들의 비밀은 무엇일지, 그리고 비밀을 사는 전당포 주인 조 자비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지, 이 모든 비밀이 궁금한 사람은 꼭 한번 <블랙북>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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