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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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궁금해~~'

책장을 넘기고 넘겨도 계속되는 궁금증.

바로 이것이 '얼음공주'의 매력인 것 같다.

 

제목과 너무나 어울리는 하얀 바탕에 슬픈 눈망울의 여인, 그리고 붉은 선혈.

솔직히 장르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질색할 표지인 것도 같다.

허나 재밌는 장르소설이라면 어떤 잔인함도 눈 부릅뜨고 보는 내가 아니던가.

이런 표지쯤이야 상큼하기까지 하다.

 

어느 추운 겨울, 작은 어촌 피엘바카.

조용하던 그곳 마을에서 손목이 그어진 채 욕조에서 죽은 한 여자가 발견된다.

살얼음이 낀 욕조는 '시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서늘함'에서 한층 더 센 '써늘함' 정도의 감정으로 나를 이끈다.

그 욕조 안에 얼음공주처럼 누워있는 아름다운 그녀, 알렉산드라.

그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로 밝혀지고 부검 과정에서 그녀가 임신 3개월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진다.

'얼음공주'는 알렉산드라의 어릴 적 친구 에리카가 우연히 이 사건에 뛰어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들 모두에게 어떤 비밀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책을 손에서 떼어 놓기가 참 힘들었다.

사건이 차츰 밝혀져 나가는 과정에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주어진다.

이런 사건이 발생된 배경과 원인들. 사회적 문제까지도 포함하여 이 책 한 권으로 참 많은 생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읽는 이들 누구나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내가, 우리가, 우리 주변 인물들이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의 선택은 과연 어떠했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선택은 참 힘든 것 같다.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는 주인공들의 어릴적 시간으로도 돌아가봐야하고 또 현재의 사건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조금은 더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또한 이 사건을 누가, 왜 일으켰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여러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자칫 혼란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점이 이 소설에 대한, 알렉산드라를 죽음으로 이끈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 듯 하다. '이 야야기를 하는 사람은 누굴까? 범인일까?' 하는...

 

이 소설의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랄까.

에리카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파트리크, 그리고 에리카의 동생과 그녀의 오만불손 남편까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내 탓도 있겠지만, 소설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이야기들이 그 중심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왠지 흩어져 조금은 산만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소설의 흡인력, 꾸준히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가의 필력. 그리고 특히 '얼음공주'라는 제목은 참 마음에 든다.

소설의 시간적, 장소적 배경, 그리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심리까지도 모두 차갑게 느껴지는 이 소설을 지금 이 여름에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되면 또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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