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제대로 된 글 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무심코 하게 된 것 같다.

나중에 서평을 보게 되었을 때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당시의 그 느낌 그대로를 다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내 서평을 읽고 '그 책 꼭 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처음엔 그냥 내 느낌을 적어나간 게 다였지만 나중엔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근데 이 표현이 맞는 표현인가?'

'내 글을 보고 비웃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서평을 쓰고 싶은 욕심은 커져갔다.

더이상 내가 쓴 서평이 일기장에 나만을 위해 쓴 글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어느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이 되고부터는 더더욱 그랬다.

 

이러니 『천년습작』이라는 책의 출간 소식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나는 『천년습작』에서 말하는 '문청(문학청년 : 글쟁이가 되려는 욕망은 크고 습작은 제대로 되지 않는 20대 어느 시절)'처럼 글쟁이가 되고자 생각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책을 읽는 게 좋았고 그 책을 읽은 소감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하고픈 생각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난 이 책에서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방법' 보다는 나같은 보통 사람들이 '글'이라는 것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고 일기처럼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렇다면『천년습작』을 읽고 난 후 그 결론은?

어쩌면 이 책은 '문청'들을 위한 책이기도 했고 나처럼 그냥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일반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했다.

만약 '글'을 쓰는 방법과 관련된 이론을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은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 사람이 느끼기에 이 책은 그냥 두리뭉실 어정쩡한 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천년습작』은 정확한 이론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는 다른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들은 어떻게 소재를 찾고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지...

작가들이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심스레 알려준달까.

『천년습작』에 등장하는 유명한 작가들의 책은 내가 본 책보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이 많았기에 '아...이 책들을 읽고나서 『천년습작』을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김탁환이라는 유명한 작가가 이렇게 느낀 작품이라면 나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읽고 싶은 책이 하나, 둘 더 생긴다는 건 어찌됐든 좋은 일이니까...

 

『천년습작』은 총 '16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덕분에 김탁환 작가가 진행하는 교양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수업시간은 끝이 났는데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교양 수업 말이다.

'자, 그럼 이것으로 제1강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제2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처럼 교수님같은 각 '강'의 끝맺음은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대학시절의 향수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작가가 되려는 '문청'들에게는 작가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를, 그리고 나처럼 '일반 사람'에게는 책 또는 글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런 내용이라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론 공부를 위한 책이었다면 어디 지루하고 시험공부 하는 것 같아 제대로 읽을 수나 있었겠는가.

 

처음 『천년습작』을 알게 되고 책 소개를 살펴봤을 때,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이라는 소개글에 끌렸다.

평소에 '따뜻한'이라는 단어보다 '따듯한'이라는 단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따뜻한'이 피부로 느껴지는 단어라면 '따듯한'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단어라고 해야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존댓말을 쓰는 책은 상당히 오랜만에 만났기에 따듯했고 오직 작품으로만 만났던 작가들의 실제 생활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 따듯했다.

 

이제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왔을 때 오직 그 책의 내용만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작가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주인공은 어떻게 탄생되었나 등 전과는 다르게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이 사실만으로도 난 『천년습작』을 통해 여러가지를 얻은거라 생각된다.


꼭 '문청'이 아니더라도 책을 좋아하고 또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 여러가지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다른이보다 더 많은 '따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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