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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인터넷이 활성회되면서 우리가 잃어가는 게 하나 있다면 다른이를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 때고 컴퓨터를 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몰라도 될 일들은 떡하니 검색어 1위에 자리해 있어 왠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호기심에 기어코 알아가며 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있었던 일엔 좀 더 살이 붙고, 있지도 않은 일은 정말 있는 일이 되고 마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실보다는 다른 이들이 흘린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면서 심지어 어떤 이들은 타인의 차가운 시선에, 그리고 키보드의 날카로운 문장에 상처입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만큼 차가운 시선은 무섭다. 그만큼 날카로운 문장은 위험하다.
비단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평소 생활에서도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타인의 불행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조금씩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깨닫고 반성해가는 것일까?
요즘 소문, 루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얼마 전, 루머로 인해 세상을 떠난 소녀에 관한 이야기인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번엔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를 읽게 됐다.
두 책 모두 루머와 가십으로 힘들어했던 소녀에 대한 이야기지만 다른 게 있다면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주인공 '해나'는 있지도 않은 일에 관한 루머로 인해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고,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의 주인공 '디에나'는 한순간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확대되어 가십거리가 되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그로 인한 상처들을 점차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책은 당연히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였다.
이 책은 그냥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타인의 아픔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십이 생겨난 원인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과 어떻게 그 힘든 시간을 극복해나가는 지, 그 모습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렇게 주인공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동안 나 또한 성장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3대 문학상에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책이다.
물론, 엄청나게 재미있는 소설을 기대하고 이 책을 고른거라면 당신은 조금 실수한 것이다.
이 책은 무지 재미있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생각을 키워나가는 소설이라고 해야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청소년 그리고 몸은 다 자랐지만 아직도 정신적으로는 자람이 부족한 성인들에게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무작정 남의 탓만 하고 살아 온 내 모습이 부끄러웠고 주인공 '디에나'가 현실을 직시하고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그녀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아 온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지고 성숙해보였다.
지금, 괜한 소문이나 가십거리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피하지 말았으면 한다.
피하면 피할수록 사람들은 더 가십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내어 사람들과 마주하길 바란다.
자신의 그 모습을 기다려 온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들은 흔쾌히 함께 해 줄 것이다.
다시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루머나 가십거리에 흥미를 느끼며 살아왔지만 이 마음만은 진심이다.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 만약 이런 책을 그 전에 만났더라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되지 않았을까...싶기도 하다.
타인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 그리고 내 스스로를 바라볼 줄 아는 냉철한 시선을 갖게 되는 방법을 조금은 배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