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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구재 시사회
최승환 지음 / 낮에뜨는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사십구재 시사회? 제목이 이게 뭐야?'
인터넷 여기 저기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내가 처음 느꼈던 생각이다.
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만 하다 어느날 무심코 이 책을 검색해보았다.
이 소설만을 위한 홈페이지 그리고 최초의 소설 주제곡... 제목만큼 독특하기도 하다.
이 책이 독자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또 어떤가...
출판사가 사정으로 문을 닫아 아쉽게 절판되었고 게다가 재출간을 앞두고서는 소설 주제곡의 작곡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소설'이라는 말이 딱이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사연많은 소설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질 않았다.
그 후 계속 내 위시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는데 드디어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왔다.
늦은 밤, 주로 밤에 책을 읽는 나는 제대로 폼을 잡고 뻔한 멜로 소설이 아니기를 바라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요즘 나오는 책들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책은 아니었지만 활자가 큼직큼직한 것이 읽기 좋았다.
쓸데없이 책값 상승 요인을 가득 담은 책이 아니라 더 마음에 들기도 했고...
어김없이 잠이 찾아오려던 것도 잠시.
책장을 넘길수록 이 새벽 잠의 기운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책 소개를 통해 단순한 멜로가 아닐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도대체 내가 읽은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지금까지 책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던 적은 몇 번이었을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쭉 이어지는 소름, 이 느낌은 상당히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듯하다.
내가 소설을 읽은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내 꿈 속에서 경험한 누군가의 이야기 같았다고나 할까.
상상할 수 없었던 책 속의 이야기에 푹 빠져가며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가를 보고 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들의 첫 만남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나 또한 설레었다.
조금 닭살이 돋았던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정도는 돼야 멜로 소설이라 할 만 하지... 암...
그들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이것 저것 독특하고 재미있는 설정들이 마구 존재하니 도저히 책을 그냥 덮을 수도 없었다.
'사십구재'라는 독특한 소재에 영화 '시사회'를 연결짖고, 거기서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 안에 흔하디 흔한 멜로 소설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반전과 반전을 거듭한다.
헉...숨이 차다. 그만큼 이 책 한 권으로 여러가지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추리 소설을 즐겨보지만 언제나 그 속에서 반전을 기대하게 되고 또 뻔한 반전에 실망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추리 소설도 아닌 사랑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반전을 경험하게 되어 어찌나 흥분되고 재밌던지...
여기까지만 보고 자야지...여기까지만 보자... 몇 번을 미루다 결국엔 마지막 장을 덮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정신이 더 또렷해진 느낌이었다.
그 시간이 아마도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소설을 보며 설레고, 웃고, 울고, 오랜만에 소름을 맞이하고, 또 왠지 모를 공포까지...
정말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껴볼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책 한 권으로 오롯이 경험해 본 듯하다.
입이 근질근질, 아니 타자를 치는 이 손이 근질근질 하지만 다른 읽는 이들의 즐거움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기에 더 이상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료한 일상에서 제대로 된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 책은 그동안 잠자고 있던 내 속의 감정들 하나 하나를 깨어나게 만든 좋은 재료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감정을 갖고 살았구나... 잠시 신선한 스스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내 언어로는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더 이상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무심코 이 책을 검색하게 된 나 자신을 토닥인다. 잘했다고... 안 봤음 어쩔 뻔 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