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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마음을 만지다 - 시가 있는 심리치유 에세이
최영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시가 마음을 만지다...’ 참 멋진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내보이기를 참 많이도 꺼려했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내 마음을 만져주기만을 마냥 기다려왔다.
과거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내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솔직히 그 사람에게서 큰 위로를 받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뭐랄까... 그냥 그 상황을 잠시나마 모면해보려는 진심없는 위로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까지도 고민이 될 때가 있었다.
이럴 땐 오히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게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마음과 마음이 제대로 만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이 왔다.
그동안 난 한번도 시집을 내 돈주고 사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 본 기억밖엔... 그 땐 시집을 받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시인의 생각이 잘 전해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눈으로 시를 볼 때와 소리로 시를 낭송할 때의 차이를...
이 책에서 작가가 시를 직접 소리내어 읽어보라는 대목이 나왔을 때 난 집에 있지 않았다.
밖에서 그부분을 보곤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레 소리내어 시를 읽어보았다.
시를 소리내어 읽어본 게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아 괜히 혼자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정말 목소리의 힘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말았을 때와 달리 시인의 생각이 마치 내 생각인 듯 그 마음이 잔잔히 전해졌다.
시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고 괜한 자격지심으로 힘들어하며 무엇엔가 시원하게 속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던 내 일상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바로 바뀔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제 조금은 가능할 것 같다.
우선은 소리내어 말하고 또 내 마음을 내 목소리로 듣고 싶다.
내가 내 마음도 모르는데 어찌 남이 내 마음을 알아주겠는가...
방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의지를 가질 때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꼭 나를 향해 내뱉는 소리 같았다.
이제 스스로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마음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아야겠다.
그래야만 타인도 내 마음을 만져주는 법을 알 수 있을테니...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작가가 어떤 시로 어떻게 위안을 받게 되었는지 그다지 상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었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 뒤 마지막에 시 한 편이 덩그러니 놓여있어 알아서 생각하시오...라는 느낌.
이제 막 시로 마음을 달래보려는 나같은 초보자들에게 조금은 당혹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허나 이 또한 작가의 깊은 생각이 담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시를 읽고 모든 사람이 같은 감상을 가질 수는 없을테니 독자들에게 스스로 생각해보고 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휴일엔 서점에 가서 시집을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내 마음과 너무도 같은 마음을 가진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설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