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도시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천사들의 도시'라는 예쁜 제목, 그리고 내 손에 책을 받아든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샛노란 표지_

누가 봐도 첫인상은 그저 예쁘고 기분 좋기만한 책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분위기를 풍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모서리에 내몰린이들의 삶을 조명했다는 사실은 주인공들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그들 스스로 희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며 감동을 주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천사들의 도시' 속에는 희망이 있었다. 그동안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희망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 이라 하면 '가난하거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나로서는 이들의 삶은 곧 '충격'이었다.

'천사들의 도시, 그리고 일주일, 인터뷰, 지워진 그림자, 등 뒤에, 기념사진, 여자에게 길을 묻다' 각 단편들은 작가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소재로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참 궁금하게 만든다.

한국어 강사와 그녀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입양아, 에이즈에 감염된 여인, 한국으로 시집온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욕심의 결과로 노숙자자 된 한 남자, 불운한 가정사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선생과 왕따 제자 그리고 군대에서 겪은 일로 힘겨워하는 여선생의 애인,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여배우와 누명 쓴 한 남자,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겪은 여인과 그녀와 동거한 남자 또 그 남자를 짝사랑한 거인증에 걸린 여자...등...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그들처럼 어둡고 우울했다. 그러나 끝까지 그들 주인공들은 자신에게서 어떤 희망도 찾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넌 나보다 낫지 않냐... 지금 네 고민은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고로 넌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라는 식의 희망을 내게 전달하려는 듯 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스스로 희망을 발견하고 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을 예상한 것과는 달리 그들의 고통 속에서 내게 작은 희망의 싹이 튼 것이다.

타인의 고통이 내 희망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 그 속에서 가장 맘에 드는 단편은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어 강사를 하고 있는 '나'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입양아 '너'의 이야기인 '천사들의 도시'이다. 

'나'가 '너'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저녁 7시쯤, 우리를 비추던 태양이 한 발 물러서 천천히 지구 반대편으로 공간 이동을 할 때면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린다고 너는 말하곤 했다.」

라는 식의 이인칭 소설이라는 점이...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이런 식의 글을 써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나 이 책의 장점은 주인공들에게서는 절대 찾기 힘든 단어 하나하나의 생명력과 아름다운 표현일 것이다.

작가의 이런 능력은 그들의 삶을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만큼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 그대로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어떤 다른 설명도 필요없다. 단지 작가가 표현한 그 단어 하나로 쓸쓸히 모퉁이에 서 있는 그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제목이 '천사들의 도시'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만 여겨지는 '천사들의 도시'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소설에서 진정 천사는 찾을 수 없다.

지금도 솔직히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이 책은 한 번 읽는 것으로는 그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힘들 것 같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작가가 직접 '타자'가 되어 그것에서 굳이 어떤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냥 그들 감정을, 그들의 인생을 그대로 표현하려 한 점이 마음에 든다. 그만큼 인위적이지 않은 각 단편들 모두 나에게 많은 생각의 이유를 던진다.

복잡한 심정으로 '지금'을 살고있는 나에게 조금 더 무거운 마음을 갖게하긴 했으나, 정말 얄밉고 이기적이게도 타인의 고통으로 작은 희망을 엿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그만큼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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