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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오랜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었다. 나는 개미와 타나토노트 그리고 파피용을 무척 좋아했다. 그중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타나토노트였다.
키메라의 땅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주인공은 인간과 동물의 혼종을 연구하는 생물공학자로 보인다. 도입부는 나름 평범하지만, 갑자기 이야기의 화면이 우주로 향하더니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이야기가 상당히 빨리 전개되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여러 설정들은 있을법하지만, 전부를 모아놓고 보니 뻔하지 않다.
중반을 넘어서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풍자와 해학이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에어리얼, 노틱, 디거 세 혼종이 향하는 미래가 그럴듯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더니 마지막엔 새로운 혼종이 등장한다. (이 주인공 생물학자는 갑자기 등장한 남자에게 응원을 받고서 저지르는 일을 반복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세계 대전 이후 지하에 생존한 사피엔스들의 클럽 파티 장면과 하와이안 티셔츠이다. 다른 SF보다 평온하고 그래서 더 신기하다. 언젠가 디스토피아 드라마를 보았을 때 느꼈던 피곤함을 씻어내는 것 같았다. 프랑키가 주도하는 뉴 이비사도 궁금하다.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이야기의 전개가 빨랐던 탓일까. 누군가의 습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름이 거칠고 설명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보완했다면 다섯 권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작가와의 북토크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말로 조금은 해소되었지만, 그것 역시 좀 더 길었으면 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지 고민되었던 부분은 나 자신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후성유전학에 대해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초반 아니 중반까지도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기엔 조금 힘이 들었다. SF에서 항상 거론되는 말이지만 소설에서 항상 언급되는 핍진성에 대한 논란과 관련이 있을 테다. 어느 유명한 젊은 SF 소설가에게도 항상 따라붙는 말이기도 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그냥 설명하련다.
사실 이번 계기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을 느낄순 없겠지만 오랜만에 읽어보니 전에 못지않은 감정이 차올랐다. 공백만큼 떠오른 생각과 감정이 더 다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