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학교 곳곳에 걸려있던 커다란 벽거울들이야. 놀랍지 않니? 어떻게 맹인들이 거울을 이용할 수 있겠어? 그런데고 그 건물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거울들이 눈에 띄더라두
그보다 더 이상했던 건 따로 있어. 맹인들, 손목에 꼭 손묵시계를 차고 있더라. 어떤 사람은 자기가 차고 있는 시계가 멈춰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어.
난 맹인 학교를 걸어나오면서 쓰러짖ㄹ 것만 같았어. .... 내 안에 걸려 있는 맹인학교의 벽거울들과 이미 죽어버린 손목시계들을 보았버렸기 때문이었어. .............내 마음의 벽거울들을 다 떼어버리고 죽은 손목 시계를 풀어야지. 그것밖엔 모르곗어, 정말 모르겠어.
이응준 '어둡고 쓸쓸한 날들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