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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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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독특한 어법을 감각할 수 있으면서도 잘 읽히는 문장들과 깔끔한 도판 그리고 적절한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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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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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작으로 따뜻한 기억의 순간을 다시 불러오는 프로젝트는

이제 문학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소재가 된 듯하다.

또 지난 2020년, 7세 어린 나이에 하늘로 떠난 딸과 VR속에서 재회할 수 있게 된 과정을 담은 MBC 휴먼 다큐 〈너를 만났다〉에서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가상현실로 구현해내는 프로젝트가 현실에도 등장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를 읽으며 이 다큐멘터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가상현실 속 떠나간 이를 실제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휴대전화 속 사진, 동영상에 저장된 다양한 얼굴과 표정, 특유의 몸짓, 목소리, 말투를 분석하여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모델링을 했다는 점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떠나간 이의 모습을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과 음성 복원 AI 기술을 빌려 실제 모습에 가깝게 구현하는 것에 성공한다.

반면 떠나간 이의 가족인 동생은 떠나간 형에 대한 흐릿한 자신의 기억과 형의 주변 친구, 부모님이 가진 형에 대한 기억들에 의존해

형의 실제 모습을 짐작하려 하지만 어쩐지 이 기억들이 맞닿을 듯 빗나가고 교묘하게 어긋나 실패한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실을 기록하는 사진과 음성파일을 토대로 구현된 떠나간 형의 모습은 시각적으로는 완전하나,

떠나간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주관적인 기억을 토대로는 형의 어떠한 것도 짐작할 수 없어 보이는 불완전성이 대비되어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누군가를 안다는 사실은

어쩌면 지독한 환상인지도 모른다.

p. 244

청소년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껏 수많은 타인들을 지나치기도 마주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짧은 시간안에, 때로는 긴 시간을 통해 타인들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내리고

내가 내린 평가(오만함) 안에서 타인을 보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타인에게 내린 평가와 크게 다를 바없이 그들도 나를 각자의 나름대로 이해하고 평가하였을 것이다.

내 모습도 타인에게는 액자 속 사진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 채 정지된 한 가지 장면으로만 기억되고,

액자라는 최초의 평가를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한 가지 면을 가진 사람일까.

이건 분명 아니라는 걸 모두 스스로 안다.

가정 내에서의 내 모습, 친구들 사이에서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의 모습은 저마다 다른 얼굴이기에.

다만, 이 당연하고도 간단한 사실을 우리는 쉽게 간과한다. (청소년기든 아니든.)

때문에 우리는 타인에게서 볼 수 있는 면모를 하나로 규정하게 되고 이로써 그 이외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두고 왜 그랬는지 끝내 밝혀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에서는 한 사람의 다방면을 이해하게 되고 그 자체로 존중하며 끝내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 과정 안에 풋풋한 사랑의 설렘 그리고 헤어짐과 같이 마음의 성장을 독자로서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문학이다보니,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장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청소년기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장면들이 말이다.

(교복 넥타이는 왜 꼭 지각을 예감하는 날에만 잘 안 보이는지……,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떻게 퍼져가는지…… 와 같은.)

또 청소년기에 자주하는 생각들이 주인공들의 사유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이해나 내면의 성장을 기대하는 청소년 독자에게 꼭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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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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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제목처럼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단숨에 독자들을 결말까지 이끄는데, 다 읽고 나면 뚜렷한 작품의 메세지에 공감하고 조금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저자 이경 작가에 대해 생소하실 분들을 위하여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경 작가는 소설집의 첫머리에 놓인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로 지난해 문윤성 SF문학상 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데뷔작인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웹소설, 라이트노벨 등에서 시작해 유행한 제목의 형식을 (왠지 보수적일 것 같은) 문학상에 공모할 작품의 제목으로 취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작가 × 담당 편집자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제목의 탄생에 관한 비하인드를 알게 되었다.

소설의 제목은 화룡점정이라는 작가의 지론에 따라, 독자로 하여금 눈에 띄며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목이 필요했다고 한다.

익숙한 문법의 제목이 SF가 낯선 독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텍스트의 핵심요지를 제목으로 붙이는 방식은 논문 제목을 붙일 때부터 자주 쓰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작가님은 소설가이자 국어국문학 박사이기도 하다!)


작가의 도전적인 시도가 재미있는 아이디어, 현대적 문제의식과 만나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웹소설, 라노벨을 연상케하는 유머러스한 제목처럼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단숨에 독자들을 결말까지 이끄는데, 다 읽고 나면 뚜렷한 작품의 메세지에 공감하고 조금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저자 이경 작가에 대해 생소하실 분들을 위하여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경 작가는 소설집의 첫머리에 놓인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로 지난해 문윤성 SF문학상 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데뷔작인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웹소설, 라이트노벨 등에서 시작해 유행한 제목의 형식을 (왠지 보수적일 것 같은) 문학상에 공모할 작품의 제목으로 취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작가 × 담당 편집자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제목의 탄생에 관한 비하인드를 알게 되었다.

소설의 제목은 화룡점정이라는 작가의 지론에 따라, 독자로 하여금 눈에 띄며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목이 필요했다고 한다.

익숙한 문법의 제목이 SF가 낯선 독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텍스트의 핵심요지를 제목으로 붙이는 방식은 논문 제목을 붙일 때부터 자주 쓰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작가님은 소설가이자 국어국문학 박사이기도 하다!)


작가의 도전적인 시도가 재미있는 아이디어, 현대적 문제의식과 만나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웹소설, 라노벨을 연상케하는 유머러스한 제목처럼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단숨에 독자들을 결말까지 이끄는데, 다 읽고 나면 뚜렷한 작품의 메세지에 공감하고 조금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에 수록된 단편들은 나로 하여금 기계화된 돌봄 노동에 대한 사유를 하게 한다.

진보된 과학기술의 등장이 사회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는, 현재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고 낙관적인 미래만을 상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른 사회문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특히 돌봄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과학기술상품이 만능열쇠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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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장아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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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뚜렷한 세 사람이 모여 벌어지는 여정을 통해,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던 소설!


"모르겠다. 우리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이게 다 무슨 짓인지." "어떤 일은 아무런 이유 없이 벌어지기도 해. 사소한 우연이 겹쳐서. 그뿐이야." p. 56

큰 사건이 아닌 사소한 일이더라도 그것이 발생하는 이유는 '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이유없이 발생하는 일은 없고, 이유없이 좋고 싫음은 없다고. 다만 이유가 없다고 느끼는 까닭은 그래, 작가가 서술한 것처럼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쌓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여전히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ㅎ 다만 경우에 따라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 거지..! 희미를 오늘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 옛 기억이었다. 언니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가 망각 속에 묻혀 있던 과거를 되살아나게 했기에. 실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들을 의문하게 만들었기에. 그 의문은 그를 다시 확신으로 이끌었다. p. 73 둘은 서로의 세상을 넓혀주었다. 함께 떼는 걸음은 혼자 디디는 걸음보다 기운찼기에. 그러느라 정작 이곳에서 처음 사귄 친구를,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더 크고 예쁜 꽃병을 가져다주겠다는 약속을 잊어벼렸다. p. 83 가끔은 새로운 자극에 취해 익숙해진 감각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러다 우연에 의해 그 감각이 다시금 떠오를 때 나는 어떤 걸 느껴왔을까. 잊어버린 것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미안함? 옛 추억이 가져다준 향수? 유년이란 관통하는 시기였으니까. 힘껏 밟고 도약한 이후에는 두 번 다시 내달을 일이 없었으니까. 종착지일 수 없었으니까. p. 83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때, 어디까지 거슬러 가는가 생각해보면 늘 20살 때까지였던 것 같다.

청소년일 때는 그러니까 학교가 전부인 세상을 살 때는,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미숙한 게 당연하고 어린 게 면죄부로 작용해 그다지 성찰하지 않아온 듯 하다. 작가의 서술대로, 유년이란 관통하는 시기였으니까. 도약한 이후에는 다시 내달을 일이 없으니까. 책을 읽고나서 다시 이 문장을 마주하니, 그러니까 더더욱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기에 대한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리본들은 각기 다른 소원을 담고 있었지만 비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기원하는 마음이란 그랬다. 빛이자 온기였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p. 107

비는 행위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점이 좋았던 문장. 영원에 가깝게 되풀이되는 임무에 임하는 다른 존재들처럼 아주 단순한 진리만을 따랐다. p. 139 단순한 진리. 때로는 쉽게 간과되기도 하는 것들. 그럼에도 늘 상기해야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잃지 말자.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는 청소년 성장 소설 답게, 이 장르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상을 준다.

또 술술 읽히는 문체에, 중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기 좋다.

때문에 초등학생들도 집중력 훈련삼아 읽기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또 특히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 관계에 고민을 느끼고 있거나,

누군가를 처음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들어 그 마음을 어떻게 다룰 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한국형 판타지에 걸맞게 가택신, 업, 넋과 같이 한국설화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들이 등장한다.

또 군데군데 한옥에 대한 묘사가 풍부하게 서술되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가옥에 대한 심미성을 느끼고 싶은, 한국형 판타지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드린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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