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있는 동시에 그림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따뜻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특별히 내가 애정을 갖게 된 이유는 <넉점반> 의 주인공 여자아이가 어릴 적 내 모습과 같아서이다. 나도 5남매 중 넷째다. 그림책 속 엄마는 저녁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아이에게 일부러 심부름을 시킨다. 큰언니와 큰오빠는 손이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컸고 막내는 젖먹이라 업고 일을 할 수 있다. 둘째오빠는 동생을 돌보지 않으려고 꾀를 부릴 나이다. 그러니 넷째만 두어 시간 나가 있으면 저녁 준비를 할 수 있다. 심부름을 하러 갈 할아버지의 가겟집은 바로 옆이지만 엄마는 호기심 많은 딸아이가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니다 저녁밥이 다 될 때쯤 무사히 돌아 오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이가 집에 돌아 와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평화롭고 아늑하고 포근한 풍경. 나도 자랄 때 이런 심부름을 하지 않았을까 웃음이 났다. 엄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넌 순해서 손 갈 데가 없었어. 오빠하고 과자 사 먹고 오라고 하면 오빠 손을 꼭 잡고 큰 고무신을 신고 잘 따라 다녔지.“ 넷째였던 나는 어린 시절 어떠했는지 기억이 희미한 유년 시절에 대해 상상하게 해 준 고마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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