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의 인류사 -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경덕 옮김 / 부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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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인간 또한 사라질 수 있다.” ˝살아남은 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종일 수도 있었다.˝ 단순하지만 많은 질문을 남기는 명제다. 저자는 현생 인류가 ‘강점을 버리고 약점을 선택하면서 살아남았다‘는 아이러니한 관점을 제시한다. 팬데믹 시대에 돌이켜 볼만한, 인류 생존의 변곡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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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부터 피는 여자는 스타일이 다르다 - 중년 치장 권장 에세이
정원경 지음 / 비사이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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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다. 잘 읽힌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나를 묘한 난감함에 빠지게 만들었던 ‘한 끗‘ 차이에 대한 ‘선배‘의 조언. 듣는 것만으로 센스력이 11 상승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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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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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쳐온 작은 사건들에게 : <위로의 그림책> 사용법

 

1.

이 책을 당신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시내버스의 빈 좌석에서, 일요일 오후 극장 로비의 테이블에서, 혹은 지하철 공중화장실의 선반 위에서 ‘주웠다’. 설령 이 책을 처음 집어든 곳이 서점이었다 해도 상관없다. 일단은 이 책이, 어디론가 향하던 길에 우연히 주워든 누군가의 수첩이라고 가정해보자.


2.

당신은 무심코 수첩을 펼쳐든다. 당신은 이것을 쓴 사람이 누구이며, 이런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 글을 쓰고 그린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를 우선 궁금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알고 싶어서 보다 본격적으로 수첩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처음에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조금 뒤에는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순간 주인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이 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근대는 심장박동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는 두 손은 집요하다.


3.

이름모를 수첩의 주인은 한 페이지에 한두 문장 이상의 글귀를 적어놓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한 종이 낭비로 보이기도 한다. 그 대신 펼쳐진 수첩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어떤 풍경, 한 순간을 포착한 드로잉이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단순히 하나의 색채가 주인공처럼 압도적으로 드러난다. 당신은 궁금하다. 무엇이 먼저였을까? 드로잉이, 혹은 문장이? 어쩌면 수첩에 담기지 않은 또 다른 풍경이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4.

당신은 수첩 어디에도 담겨있지 않은 어떤 풍경들을 떠올린다. 다른 날과 다름없는 어떤 날에 수첩 주인이 겪은 작은 사건들을. 이를테면 애인과의 말다툼, 꼬일 대로 꼬여버린 회사 업무로 머리를 쥐어싸던 순간이라던가, 질투가 날 정도로 멋진 누군가를 만난 날, 지인이 무심히 던진 한마디가 밤 늦도록 머리를 맴돌며 괴롭히던 일,알 수 없는 공허함과 갑갑함 속에 지칠 때까지 거리를 배회하다 마주친, 아이와 천진하게 대화하는 엄마의 모습 같은 사소한 순간들. 


5.

당신은 조용히 알게 된다. 당신이 떠올린 그 풍경들은 당신이 살아온 많은 나날 속에서 떠오른 작은 편린들이며, 오늘 우연히 펼쳐든 이 수첩이 하나의 거울이 되어 그것을 비춰냈다는 사실을.


6.

어쩌면 당신은 뒤늦게 수첩 안쪽에서 메모 하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시작은 2004년 이른 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겨울 깊은 잠에 빠졌었지요. 깊은 잠을 자던 이 책을 다시 깨운 것은 2014년 늦은 봄이었습니다.(p.6)’ 아니, 이 수첩이 10년에 걸친 기록이라고? 서랍 속에서 잠자던 그 문장들을 깨운 것은 2014년 늦은 봄이라고? 당신은 2014년 4월 16일을, 잊을 수 없고 돌이킬 수 없으며 수많은 이들의 다리에서 힘이 풀리게 했던 그 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수첩이 기어이 세상에 나와야만 했던 이유를, 이 수첩이 당신 눈에 띄어야만 했던 필연을 생각하고 아득해질지도 모른다.


7.

위로란 무엇일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 여기 있어’ 라며 나타나는 무언가를 보게 될 때, 그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거기 있음’을, 그러나 다만 눈치채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에 우리는 비로소 위로받는 게 아닐까? 


8.

수첩의 마지막 장을 덮은 당신은 한 가지 행동을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어떤 행동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당신은 당신만의 작은 수첩을 만들고 싶어질지 모른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어느 날에 마주친 작은 진실을 문장으로, 혹은 울퉁불퉁한 선과 물감으로 기록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또는, 당신이 이 수첩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러했듯, 누군가에게 이 수첩을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을지도 모른다. 당신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고 여겨지는 누군가에게 말이다. 아니다. 당신은 우선 이 수첩을 한동안 당신의 침대 맡에 놓아둘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어떤 밤의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호의로. 이 수첩을 세상에 펼쳐놓은 수첩 주인의 용기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로.





* 함께 보면 좋을 책으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작 <위로하는 정신>을 추천합니다.

  광신적인 나치즘, 2차 세계대전의 상황 속에서 영국, 미국, 브라질 등지로 망명생활을 해야 했던 츠바이크는 종교혁명으로 어지럽던 16세기 프랑스의 몽테뉴에게서 희망과 위로를 발견했습니다. 

  그에게는 몽테뉴의 책이야말로 '마음을 둘 곳'이자 세상에 다시없는 위로였던 셈이지요.

  책을 통해서 위안을 얻고 동지를 찾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는 일은 그토록 고전적인 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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