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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마시는 북극곰 - 제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ㅣ 초록연필의 시 6
신형건 글,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얼마전에 논어에 ’시삼백사무사(詩三百思無邪’라는 말이 있다는걸 알았다. 시를 300편 읽으면 마음에
조금도 나쁜일을 생각함이 없다라는 뜻이란다. 그 만큼 시는 가장 아름답고 정제된 언어이기 때문일
거다. 아이둘 키우다 보니 전집, 단행본, 그림동화부터 학습만화까지 많이 익혀야 겠단 욕심이 앞선다.
그런데 막상 동시에 대해서는 소홀했던것 같다.
<시 읽는 가족>의 시를 읽을때면 내만의 동심을 발견할 때가 많다. 시는 눈으로 읽어서는 마음에 와
닿지를 않는다. 마음을 열고 소리내어 낭송을 해봄으로서 비로소 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다. 이번에 읽은 ’콜라 마시는 북극곰’에는 일상속에서 무심코 지나쳐 왔던 일들을 되돌이켜 보게하는
시들이 많다. 시는 그저 아름다운 자연을 찬미하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언어로 쏟아내는것이 아니
라 내 주변에서 스치듯 지나가고, 함께하는 것들이 모두 시가 될 수 있다는것을 알게된다.
12 쪽에 소개된 <흙 한줌>은 화분에 넣을 흑 한줌을 퍼기위에 뒷산 떡갈나무 아래를 보니 흙속에 깃들
어 사는 것들을 보면서 함참을 쪼그려 앉아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30 쪽에 소개된 <횡단보도를 건너는 개>는 털북숭이 떠돌이 개 한마리가 사람들 틈에 섞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걸지켜보는 마음을 담고 있다. 어쩌면 한번 이상은 봐 왔음직한 그림이고, 초록엔 건너야하고
빨간불엔 멈춰서야 하는걸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본능으로 아는건가 하며 신기해 했던 지난날이 생각난
다. 내가 무심코 넘긴 일상도 시인의 눈으로 보면 시가 되는 것이구나...
그런면에서 보면 44쪽에 소개된 <한눈팔기>도 같다.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길가의
쓰레기통, 검은 비닐봉지, 유리조각, 표지판, 보도블록 틈새의 노란 민들레, 팔랑거리는 흰나비 한 잎까
지 보는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56쪽의 <까치가 남긴 까치밥>은 웃음이 난다. 시골서 자란 나는 늦은 가을이면 잎이 다 떨어지고 키
큰 감나무 가지에 다홍빛 잘 익은 감이 두서너개 씩 덩그라니 달려 있는걸 흔히 봤다. 어른들은 그걸
까치밥이라 불렀는데, 시속에는 까치가 날아와 자꾸 쪼아 먹고 홍시가 되기엔 한참 먼 감 하나만 달랑
남겼단다. 그걸 ’사람밥이라 불러야 하나!’ 라는 마지막 싯구에 킥하는 웃음이 샌다.
하나 하나 되짚어 되새김질 해보면 다시 새롭다. 되풀이 해서 읽을 때마다 새맛이 나는게 동시인듯
하다. 어제는 거래처에 외근을 나가면서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나갔었다. 잠시 기다리는사이 혼자 중
얼거리며 읽다가 문득 나와 같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거래처분께 이 책을 한권 선물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돌아오자 마자 주문을 했다. 요즘은 배송이 빠르니 오늘은 받을 수 있을게다. 괜히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