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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30대가 되면 나는 안정적이고 행복해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막상 30대가 되니 불안한
미래에 불안과 혼란, 실망과 좌절감만 커진 것 같다. 그런 나의, 우리의 감정을 적은 책이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인 것 같다.
책은 메이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에게 쓰는 편지들의 내용과 인도에서 겪는 일상의 모습을 그린다.
지옥 같은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메이는 자신을 수행하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어둠이 내리는 '차문디 언덕'을 무작정 올라가는 메이. 심장이 찢어지는 듯 햇지만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정상을 향해 가려한다.
자기 안에 아무런 기억도, 상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자신의 쓸 거라고 말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매일 요가를 하고 있지만 요가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매일 소설을 쓰고 있지만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매일 살아가고 있지만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럼에도 매일 요가하고 소설을 쓰고 살아가는 메이와 우리.
사실 삶은 해답이 없는데 우리도, 메이도 어떤 답을 찾을려고만 하는 것 같다.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스승을 찾아가기도 하며 계속 해답을 찾으려하지만 어느것도,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오빠조차도. 어떤 마음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답해주지 않은 채 떠난다. 견디고 참는 게 능사일까. 메이는 허기가 져도 참아야한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차오르는 가슴을 움켜잡고는 숙소로 뛴다. 이후 어린 시절 앓았던 폭식증마저 재발해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무엇일까. 사랑?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걸까?
끊임없이 뭔가는 비교하고 판단하고 일일이 반응하는 내 마음을 조절할 수가 없고 화내고 슬퍼하는 마음도 조절할 수가 없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마음도 조절할 수 없는 내가 한심하고 화가 난다.그 마음을 굳이 조절하려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면 시간이 지나면 내가 원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메이는 이미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고 어떻게든 버스는 종착지를 향해 달린다. 그러니 애쓰며 달리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내 삶과 내자신을 바라보라고 책은 말한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달렸던가. 매사 내 감정을 조절하려들고 스스로를 옥죄였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메이는 이렇게 있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존재하기 싫었다.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 이 상태에서, 이 순간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메이는 도망치고 싶었다.
메이가 끊임없이 토해내는 고통 속에서 나는 나를 보았고 함께 아팠던 것 같다. 메이도 나도 고통을 덜 순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완전히 치유되길 바라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