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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쓸모 - 상한 마음으로 힘겨운 당신에게 바칩니다
홍선화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에 의미를 부여해 본 적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아무렇지 않게 적용될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우리는 마음을 다치고 마음을 닫는 우울과 고립이 있을 수 있다. 생의 끝자락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몸과 마음으로 기억되는 불안,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절박함이 결국 마음의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우울한 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감정 표현 중 많은 이들이 '우울'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고 한다. 날씨가 흐려서, 일이 잘 안풀려서, 누군가 다퉈서, 몸이 아파서, 돈이 없어서 등등. 일상 단어인가 싶을 정도로 꿀꿀해 정도 수준의 우울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해 앞에 계속이 있거나, 뒤에 못 견디겠어. 미칠 것 같아요가 붙으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실 나 우울해요라고 말하는 건, 그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시도고 나 좀 봐주세요라는 신호다.
아프고 전부터 블로그를 해왔지만 아픈 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썼던 것도 내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누가 나를 봐줬으면 하는 욕구라고 사실 볼 수 있다.나 힘들어요, 아파요를 남기고
봐달라는 신호, 그 신호에 답하듯 댓글 속에서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그냥이라는 말도 우리는 많이 쓰는데 그 속에는 숨은 감정이 들어 있다.
책에 나오는 감정의 계산법을 해보았다. 사실 내 감정을 나조차도 모르고 있는 듯해서 궁금했기에 마음 속 감정주머니를 그려보았다.
지금 자신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를 주머니로 표현해보고 그 안에 감정의 이름을 적은 뒤 비중에 따라 글씨를 크거나 작게 진하게 연하게 써본다. 반대로 왜 없지 싶은 감정은 주머니 밖에 쓰고 마이너스 표시를 보고 그 감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누구와 있을 때 커지고 작아지는지, 이 감정이 느껴질 때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반대로 마이너스 감정이 된다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지,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를 스스로 진단해봤던 것 같다.
나는 불안함과 슬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보살핌와 애정을 추구하고 감사를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
불안의 시점은 미래로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우리는 불안해지는데 그 일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해진다. 반대로 무서움은 과거 시제로 무서웠던 상황이 마음속에서 재연되면서 과거의 무서움을 지금도 느끼는 것이다. 특정한 자극이나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날때 일어나는 노이로제, 징크스도 이런 맥락이다. 신경쇠약, 몸의 쇠약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리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정서적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아픈 뒤 불안함과 두려움이 더 커졌기에 건강한 몸이 아닌 것을 자책하고 움츠려들면서 이 증상이 심해진 것 같다. 아파서누워있다보니 멈추지 않는 걱정과 불안으로 생각의 블랙홀에 빠지고 생각에 지치게 된 것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다면 걱정이 없다는 말처럼 걱정을 할 수록 걱정은 자꾸 늘어나는 걸 알지만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또한 주어진 일을 담담히 해내고 무너지면 안돼를 되뇌이다 우리는 큰 것을 외면하게 된다. 지쳐있는 나의 마음을 말이다. 마음 깊은 곳에 번아웃을 인정하지 못한 채 자기 관리를 못한 심약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보고 만다. 하지만 사실 무의욕증, 번아웃, 소진 상태가 된다.
무조건 달려야만 했기에 자신의 몸을 살피지 못 했기에 쉬어야하지만 그것 또한 사치로 보이고 경제적 이득이 줄어서 쉴 수 조차 없다. 이럴 때
는 쉬어야한다. 가만히 앉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 봐야한다. 내마음이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들어줘야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자신이 내 마음을 들어줘야한다. 내가 나에게 해주는 위로가 가장 좋고 나야말로 나와 함께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줘야한다.
도 중에 가장 높은 도는 '냅도'라고 한다.
나도 남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냅도를 높은 경지의 도로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도 닦는 심정으로 그냥 나를 냅두기로 결심하는 것이 사실은 참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나에게 제일 좋은 처방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수행을 하다보면 '내가 왜 그랬지'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과 같이 후회되는 일들에 조금은 쿨해질 수 있다.
'아 진짜 후회되네. 그런데 어쩌겠어. 그래도 내가 한 일인걸.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나를 돌아보면 어느새 나를 돌아볼 수 있다.
너무 힘들고 답답할 때 마법의 주문이 있다.
'그럴수도 있지'다. 이 우리에게 소화제가 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감정이 체했을 때 외쳐보자. '그럴 수도 있지'
완벽한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돌아보지 못한 채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다. 마음이 아프고 힘든 나와 당신에게 고통의 쓸모는 위로가 되어 준다. 너무 잘할 필요도 없고 가끔은 쉬어가라고 자신을 위로도 해주고 그럴 수 있지라며 쿨하게 넘어갈 수 있는 내가 되어야 겠다.
책을 다 읽고나니 어쩐지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수 있다. 힘들 수도 우울할 수도 있다. 훌훌 털고 조금 지나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잘버텨온 나와 당신에게 위로를 건네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