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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 교유서가 소설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8월
평점 :
아홉 편의 단편 소설로 되어 있고 마지막에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가 나오는 소설. 이 소설은 놀랍게도 20년도 전에 쓴 소설을 다시 꺼내 놓은 소설집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지금 읽어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감되고 분노하기도하고 슬펐던 것 같다. 왜일까.
2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윌드컵이 나오기는 하지만, 책 속에는 지방의 인문대학교를 나와 오랜 구직활동을 하는 모습, 성공하려고 열심히 일하지만 이용만 당하다 결국 짤리는 모습, 임대아파트 등 모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노력과 실력보다는 학벌과 인맥이 먼저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실이라 생각하니 다시 서글퍼졌다가 화가 나기도 한다.
책의 내용 중 가장 나를 분노하게 했던 건, 어떤 노인이 슬기를 무릎에 앉히곤 치마를 들춰 성기를 만지는 걸 목격하지만 모른 척 했지만 간섭해 보려다 슬기의 말에 뺨을 때리던 장면과 커피는 여자 손으로 먹어야 맛이 난다는 위험한 발언의 국장의 인스턴트 커피 심부름, 회사 행정과 국장 비서일을 해주던 여사원이 해고되자 국장이 그 역할마저도 강요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자기 커피는 자기가 먹어야지, 담배 커피 심부름을 시키고 당연한 듯 강요되는 일들을 보니9년 전, 내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대꾸하고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뛰어다니고 웃기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처음부터 잘보이려다 바보같이 모욕을 당하고 만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지만 다들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내 것이 아닌 남의 삶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삶이 아니면 그냥 모른 척 하는 게 맞는 걸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어야 하는 걸까.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인 걸까. 괜히 간섭하다가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모른 척 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 날이 떠올랐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소재와 문장, 일상의 이야기에서 차별과 비하가 더해지면서 화가 나기도 했고, 옳은 게 무엇인지,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하는지를 알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는가 하면, 손을 내밀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다시 좌절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도, 20년 전 현실 속에서도, 지금의 현실에서도 가난과 절망, 차별 등은 여전하다. 아니,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IMF였다지만 지금은 왜 그때보다 더 힘든 걸까. 거기다 코로나라는 팬데믹까지 겹친 상황. 그런 현실이 공감되면서도 한편으로 슬프기도 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달라져야한다고, 달라질거라고, 기대를 해본다. 잘하고 있다고, 힘내자고 위로를 건네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