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 굽은 소나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하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수상 ㅣ 케이팩션 3
천영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굽은 나무와 등굽은 꼽추 은수와 백성을 사랑한 이야기가 큰 감동을 와닿는 작품이 있다.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심마니는 산삼을 캐겠자고 나무를 자르고, 불을 잘붙이겠다고 송홧가루를 털어간다.
어둑해질 무렵 상처받은 숲에서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 씨앗이 있다. 씨앗이 할 수 있는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는 것, 억겁의 시간을 견뎌내고 나면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손쉽게 나무를 베어가지만 실상은 주어진 생을 살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건을. 울창한 숲의 시작은 생을 포기하지 않는 작고 여린 씨앗이라는 것을. 절벽 위 바위 틈새에 거꾸로 떨어져 박히는 바람에 온몸을 움직여 위치를 되돌리고 뿌리 내릴 준비를 한다.
씨앗은 기이하게 굽은 나무가 된다. 목재로는 쓰일수 없지만 정원에 두곤 바라보기엔 운치있다며 허욱의 작은 정원여 심기게 된다. 장자의 무용지용의 나무처럼 목숨이라도 부지한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할까.
허욱의 손자, 죽은 자신의 아들 준하가 남긴 은수는 꼽추다. 등에 혹을 달고 태어난.
굽은 나무도 아찔한 고통을 참아내며 뿌리가 옮겨졌고 이곳에서 시름시름 앓았다. 이곳으로
옮겨진 뒤 큰 나무 틈에서 햇살을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물도 마음껏 마실 수 없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고 두려운 굽은 나무에게 허욱은 말한다.
"용케도 잘 견대내고 뿌리를 내려서 장하다고. 은수와 닮았구나. 우리 은수도 너처럼 잘 견뎌내야할텐데. 은수야. 네 삶은 쉽지 않겠지만 씨앗처럼 단단해지고 나무처럼 견뎌내거라"
불룩 튀어나온 아이의 등을 쓰다 듬으며 눈물이 보이는 서씨마저 세상을 뜬다. 천애고아에 꼽추.허욱은 은수를 위해 귀한 붓을 들고 기록을 한다.둘만 아는 비밀, 어린 나무를 보살피는 부모나무처럼 허욱은 은수를 보살핀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던 은수는 어느새 자라 아영과 혼인을 한다. 굽은 나무의 푸르름이 힘겨운 은수의 삶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길 바라본다.
아영의 소원으로 은수는 과거를 보고 장원급제를 하고 조정은 발칵 뒤집힌다. 지난번 천출 장영실의 관직 하사에 이은 꼽추 병신 관직이라니.
아영은 은수를 위해 게를 그리고 연꽃을 그리고 왕은 백성들의 고충을 느끼고,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조선을 만들겠며 초가살이를 시작한다. 그때 중전이 병에 걸리고 은수는 모친의 병을 돌볼 때 썼던 그림치료를 권했고 그림은 마음을 움직인다. 이후 왕은 멸시받는 꼽추의 손을 빌려 온실을 만든다. 행사에서 실족을 하는가 하면 은수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곱지않지만 아영은 그런 은수를 보듬어준다. 중요한 일을 하다 실수를 한듯하다며.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것을 몰 라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굽은 등으로 반듯이 걷고 단정하게 앉아 정무를 보는 사실 더 힘들다고.
그들은 다름을 굳이 구별해놓고 차별하고 자신들만 귀하게 여긴다. 나무들의 세상에서는 다름을 인정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차별을 한다. 유용함과 무용함의 잣대로 은수를 판단하고 등극을 매기는 세상. 그런 은수에게 아영은 담쟁이덩굴의 이야기를 해준다. 자연의 법칙을 무시한 채
임기응변으로 살아가는 덩굴은 엄청난 양의 씨앗을 떨어지면 쉬이 싹을 틔운다고, 쉽게 뿌리는 내리지 못하지만 더 넓게 높게 자라기 위해 자신을 지탱할 틀을 찾는다고.뿌리박고 자라는 나무처럼 강해지라고 말한다.
책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장애를 가진 주인공과 천대받던 나무의 무한 교감과 감동을
준다. 굽어 볼품이 없는 소나무는 쓸모없고 불길한 징조였지만 왕의 정원사 하은수에게는 기근에 백성을 구할 놀라운 식량이었다. 소나무껍질을 끓여 먹으며 기근을 버텨냈던 조선시대 실록바탕의 역사팩션,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정말 재밌고 가독성도 좋고 감동적이다.
굽고 뒤틀린 소나무를 키워낸 불굴의 정원사와 백성을 사랑한 왕의 꿈을 꽃피우는 책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