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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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본질,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는, 혹은 잊고 다른 사람인 것마냥 살아간다면 행복할까.
아마도 그 대가는 크고 치명적일 것이다. 어쩌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차별과 소외 속에서 아픔을 숨긴 채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이가 있다. 그리고 어느날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어딘가 비밀스러운 느낌의 가볍고도 날렵한 뉴욕발 편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하면서도 무언가를 드러내는, 2년 전과 비슷한 모양의 편지에 아이린의 눈썹은 당혹스러워진다. 어떤 위험에 처할 것 같아 뜯기조차 꺼림칙한 편지.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편지를 보곤 아이린은 밥 켄드리가 술집에서 무모한 싸움으로 목숨을 잃고 집으로 실려오던 날의 클레어의 격렬한 울부짖음과 경멸의 눈초리를 떠올린다. 죽은 아버지의 애도가 아닌 자기  안의 분노를 표출하던 그 모습이. 감정이 없는듯하다가,  다정하다가 충동적이다가 다시 차분한 적개심을 가지고는,  교묘하게 할퀴던 아이가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외로워서 함께 있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모욕감과 원망,  분노가 섞여 있는 듯하다. 그리고 아이린은 기억을 더듬는다. 

 백인 전용 고급호텔 루프탑 카페에서 아이린 레드필드에게 아주 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은 뒤 온갖 소문만 무성하게 들리고 떠나버린 원망과 우울한 얼굴을 한 그 아이,  클레어 켄드리다. 아이린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와의 만남이었다. 클레어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 까지 하지만, 아이린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다. 왜일까? 

  이미 의사 남편과 두 아들을 둔 중산층의 주부 가 된 아이린이었다. 가족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며 자신의 삶을 교란시키는 것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통제하며 안정을 추구하는 그녀는  클레어를 혐오하는 동시에 매혹을 느낀다. 클레어의 목소리에 담긴, 호소력있고 유혹적인 설득에 넘어가고 결국에는 혼돈과 균열이 생긴다. 

 클레어 켄드리는 사실 백인의 피부색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흑인 여자와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흑인 계통의 아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패싱에 성공해 가난한 고아에서 화려한 상류층 백인 주부로 신분 상승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업가 백인 남편과 어린 딸과 유럽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지만 공허함과 소외감을 느끼고 다시 흑인이었을 때로 돌아가고자 한다.그리곤 우연히 만난  아이린을 계속 찾는다. 

 이미 가난한 흑인 혈통의 고아 소녀는 지금 없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그녀의 출신 배경을 묻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고 처신할지, 다른 흑인과 접촉할 때 어떻게 느끼는지가 왜 걱정이고 불안한지를 나는 잘모르겠다.  

 결국은 패싱이 한 개인의 삶에 혼돈과 균열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인종 차별이라니. 안타깝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던 것 같다. 

※ 이 글은  도서를 선물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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