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날 때가 있다. 어떤 물건의 추억, 어떤 사람과의 기억,  어떤 건 절로 기분 좋아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건 떠올리기 불쾌하고 꺼림칙하고 무서운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때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내 기억을 자극하기도 했고, 현실에서도 스쳐가던 그 무엇이 있었다.어쩌면  나의 무의식의 '그것'이 나와 연관이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던 것같다.
 생각해보면 그 기억은 완벽하지 않았다. 잘못됐을 수도 있다. 오래 전에 사진이나 내 머릿 속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미화되기도 하고  흐릿해지거나 삭제되기도 한 기억이 '스키마와라시'를 읽으며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 같다.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기억을 맞춰가는 동안 그 녀석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없었던 녀석이 어느샌가 서서히 존재했던 것만 같은 느낌.'스키마라와시'라는 단어를 형이 만들었다지만
왠지 곧 자신들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형제는 자신들이 가족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알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어느 날 만난 동창생으로부터 들은 형과  산타 사이의 여자형제의 존재. 길고 가는 머리와 가늘고 긴 다리의 여자아이가 벽장에서 금방이라도
나올  듯했다. 그녀를 왜 형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회오리 바람이 한순간 진공상태를 만들어서 그것에 닿으면 피부가 베이는 일이 정말 요괴 '가마이타치'의 소행인 건가?  철거 장소에서 자꾸 보이는 밀집모자를 쓴, 호리호리한 하얀 원피스의 10대 여자 아이의 정체는 뭘까. 11월 대낮,  한창 일할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목격한 유령이라니. 섬뜩하다. 그 여자아이에게 다로와 산타 형제는 스키마라와시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과 사람의 기억 사이에 깃드는 아이라는 뜻의 스키마와라시. 형제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그  스키미와라시의 흔적을 따라간다.
 사람들 몰래 타일을 찾아다니는 다로와 산타 형제,  그들이 찾는 타일은 만지면 과거가 보인다.
 형제는 그걸 왜 찾는 걸까.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싶었던 건  아닐까. 기억을 찾아가며 형제는
지로의 도벽인 샌들 컬렌션과 그 속에 여자아이시신,  돌아가신 부모님에 얽힌 비밀 등 잊혀진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형제는 골동품 가게를 하며 오래된 물건을 찾아 헤매는데,  그 속에서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듯했다. 오래된 것에  숨은 가치와 이야기들을 알려주는 듯한. 낡은 건물, 골동품 등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보였다. 어쩌면 기억도 그런 게 아닐까. 예전 기억의 그리움이나 애틋함, 소중함 같은? 

 동생 산타가 물건을 만지면 물건에 관련된 기억을 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덕분에 어떤 타일을 찾아 떠나고 그 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한다. 

 철거 현장에서 보였던 그 여자아이의 정체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 어느 날 문득
지나간 어린 시절이 떠오르거나 그리워질 수 있다. 건물도 사람도 어떤 기억도 사라져버린 건지,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의 기억 중 어떤 따뜻하고 소중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가게 하는 소설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