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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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표지부터 강렬했다. 멋진 뉴요커 느낌의 여자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 어떤 강렬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란 궁금증과 함께 책을 펼쳤다.  

 주인공 장 데이비드는 이미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다. 자신의  연인 데이지와  이 불안한 삶을 멈추기 위해서는 미국 여자와 결혼하는, 영주권을 얻는 방법 밖에 없었다. 영주권을 얻어 데이지와 결혼을 꿈꾸는 그는 스너글러로 살아간다. 뉴욕의 밤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사람을 안아주는 일을 하는 그에게 젊은 여자들은 한낱 동양인에 불과했다. 간혹 장에게 관심을 보이다가도 불법체류자임을 알고는 떠나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장은 안아주러 다닐 때 나이 든 여자에게 더 잘해줬다. 
  장이 마거릿을 알게 된 것은 스너글링이 아니라 폴로 때문이었다. 독 워킹 서비스맨을 구하는 광고를 보고 마거릿의 집을 찾아 갔었다. 바쁜 뉴요커를 대신해 애완견을 산책 시켜주기 위해. 

 마거릿은 두 번의 결혼 후 홀로 침대에서 혼자쓸쓸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까봐 두려웠다. 첫 번째 남편에게서 얻은 아들 브라이언조차도 1년에 한두 번도 오지 않는 그녀에게, 장은 정성을 쏟았고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했을 때 결혼 거래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요. 마거릿이 외롭지 않게요"라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70대 할머니 마거릿은 결혼을 결심한다. 영주권을 얻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결혼식은 다음주 일요일이다. 일사천리다.
 
 39살,  뉴욕에서 장은 바뀐 인생을 살게 될 것인가. 젊음과 성생활만 포기하면 영주권과 고급진집까지 자신의 것이 된다.  

 프로포즈를 성공한 후 장은 또다른 여자를 찾는다. 그녀를 안아주기 위해서. 여자를 안으면서도 마거릿과의 결혼 생각을 하면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장과 마거릿은 무사히 결혼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는 73세싀 여자와 39살의 남자가 결혼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지만 뉴욕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몸을  파는 일이 아닌 잠옷을 입은 채 섹스없이 하룻밤 동안  여자들을 안아주는 일을 하는 뉴욕의 스너글링,  따뜻한 체온을 나눠주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해주는 그 일은 마치 잠옷 가방을 메고 여자의 집을 찾아가 겨울밤을 같이보내주는 산타와 같았다. 장은 그런 자신이 뉴욕의 밤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추운 뉴욕의 겨울에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안아주니까.  

 처음에는 불순한 의도로 마거릿에게 접근했던 장은 그녀와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사랑했지만 죽은 게리를 잊지 못한 채 장과의 시간을 보내며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는 마거릿과 자신의 영주권 획득을 위해 그녀가 원하는 장. 서로가 원하는 목적은 달랐지만 둘은 어쩌면 서로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힘들고 지친 두사람은 서로에게 완벽한 거래,  또다른 의미의 사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늙어서까지도 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고 다른 건 일시적이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책을 읽으며 바쁜 일상 속에서 힘들고 지친 우리에게는 따뜻한 온기로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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