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섬 JGB 걸작선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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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홀로 남겨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어쩌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뭘 가져가야하나 막막해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어린 시절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우리는 어쩌면 환상에 빠져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콘크리트의 섬을 읽고 나면 어쩌면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런던 중심부 웨스트웨이 입체교차로에서 35세 건축가 메이틀랜드는 과속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하게 된다.
왜 그렇게까지 속도를 냈지? 
눈앞에 재규어가 충돌한 뒤집어진 택시의 녹슨 차체, 그외의 차들의 잔해가 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제한속도를 어긴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다중연쇄추돌사고의 충격에서 현기증이 나지만 그는 8살 아들의 하교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야한다는 생각 등 여러 생각에 잠긴다.
  차들의 러시아워가 시작됐고 레인코트와 서류봉투를 흔들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메이틀랜드는 자신이 작은 교통섬에 불시착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망가진 자신의 재규어와 차에 실려있던 공구함,  정찬용 전장, 부르고뉴 백포도주 여섯 병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아내의 이름을 부르던 메이틀랜드, 자동차의 소음은 사라져버리고 머리 위쪽의 경사면은 고요하기만 하다. 자동차 지붕 빗물받이를 붙들고 고속도로를 따라 달려가는 자동차를 보지만 다들 아침햇살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햇빛 가리개를 내리고 있었고 폐차 사이로 홀로 서있는 추레한 남자를 알아챌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홀로 남은 메이틀랜드,  조심하지 않으면 영원히 발이 묶일 수 있다. 그는 어떻게 될까.
 그는 계속해서 교통섬을 떠나 자신이 살던 땅으로, 아내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불을 피우고  신호를 보내고 마실  수 있는 물을 찾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멈추도록 하기 위해 레인코트,  목발 등을 흔드는 등 온갖 노력을 한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계속 방치되고 먹다버린 감자튀김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한동안 혼란에 빠져 서 있던 메이틀랜드는 손목과 팔꿈치를 주무르면서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메이틀랜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이 애처롭다. 조작한 거처지만 그는 활기를 되찾았고 아직 꺾이지 않은 생존을 향한 열망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그는 이제 탈출보다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 이 섬을 정복하고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다 중요한 목표가 되어버렸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실로 놀랍다.
 구조된 줄 알았는데 영화관 지하실이다.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베개에,  아직 그 섬인거다. 제인의 정체는 뭘까. 돈을 줄테니 도로까지 올라가서 차를 멈추게 도와달라는 메이틀랜드의 말을 무시한다. 펀치드렁크 상태인 섬의 원주민과 단둘이 남게되는 것이 두려워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메이틀랜드. 내사랑, 잠들려해봐요라며 상냥한 말투로 속삭이는 제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를 안심시키기위해 둘은 접촉하고 있다. 그녀는 누구일까. 또 다른 곳에 또 갇히고 만걸까. 과연 메이틀랜드는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느 날, 내가 무인도에 혼자 가게 된다면 모험 가득한 휴가라고 생각할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까.  다행히 온갖 물건을 실은 난파선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처음에는 그 삶이 행복할지 모르겠다. 원시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새로운 체험 내지는 도전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니까.  내가 굶주림, 고독을 모두 극복하고 용기와 지혜를 짜내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메이틀랜드, 크루소와 같이 섬을 정복하고 대지를 확장하고 그곳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콘크리트로 둘러싼 작은 교통섬에 격리된 채 살게 된다면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내모습을 만나게 될거히다. 그러나 나도 어느새 구조되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메이틀랜드처럼 레인코트를, 목발을 흔들거나 불을 지르는 등 신호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 신호를 보지 못한 채 갇힌다면 결국 몸도 마음도 지쳐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메이틀랜드와 같이 가족을 떠올리고 내가 몰랐던 나의 재능이나 순발력, 단점을 알아차리게 되고 과거를 반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제인과 같은 어떤 이가 나타난다면 나는 반가울까, 내심 아쉬울까. 혹은 무서울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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