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첩의 누렇게 바랜 두꺼운 표지에 오래된 갈색 톤의 타원형 사진 하나. 그 속에 마른 편인아이는 둥근 이마 위로 흘러내린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칼에 강렬한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마치 아기 인형처럼. 그리고 똑같은 사진관에서 똑같은 테이블에서 찍은 통통한 아기가 있다. 사진 속 아기가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이었다. 사진 속 아이는 분명 달랐지만 아니 에르노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다. 당신은 이미 태어나서 죽은 자다. 아니 에르노가 태어나기 2년전, 디프테리아로 죽은 언니였다. 성녀처럼 죽어서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을 보러 간 착한 아이, 당신, 에르노의 언니라는 지네트. 그녀의 존재를 알고 에르노는 자신을 딸이 아닌 다른 딸로 스스로를 만든 듯하다. 외동딸로 살아오던 응석받이였는데, 갑자기 알게 된 언니라는 존재, 그녀는 착하고 자신은 착하지 않고 언니는 빛과 같았고 자신은 그늘 같다고 생각한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아무렇지 않던 행위가 갑자기 눈에 도드러져보이고 불안해짐이 느껴진다. 부모님에게는 딸이 있었고 딸이 죽었지만 존재할 수 있는 다른 딸, 바로 아니 에르고 자신이다. 언니라는 존재를 안다는 것을 어른들에게는 철저하게 숨긴 채 언니의 존재를 계속 부정하고 그들이의 계속된 침묵속에서 당신이 잊혀지길 바라지만 어른이 된 후에도 언니는 그들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였을 것이고 아니 에르노는 자신은 허구의 삶을 살 것일지도 모르다 생각한다. 어쩌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글로 적으며 자신의 불안과 혼란을 잠재우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는 존재에 갇혀 사는 자신을 밝혀 당신과 이별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