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실의 언어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리치료사가 쓴 회복과 치유의 기록
사샤 베이츠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1년 6월
평점 :
그녀가 35년을 산 뒤에야 만나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남자, 세번째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훈련중이던 채식주의자, 쿼이커 신도, 비흡연자에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고 지극히 건강해 보엿으며 살아갈 이유가 넘쳤던 56살 남자가 죽었다. 배우자이면서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연인이자 소울메이트이자 동반자를 잃고는 그녀는 그녀의 일부도 죽어버린 것 같았고 자신의 미래를 잃어버렸다. 이제 희망도 살아갈 의지도 잃어버린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다. 내가 의지하고 나의 모든 것이었던 남편의 죽음. 사별이라니. 빌이 자신의 곁에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상상조차되지 않는다. 남편없는 삶이라니.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나는 사실상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샤가 빌에게 끌렸던 건 그의 괴상한 유머때문이었고 그의 곁에 머물며 함께 웃고 애정하며 관심과 존경을 쏟았던 남편.1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뇌는 멈추어버리거나 도피하고 싶어져 자신의 인생이 무너지던 그 날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신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쓴다. 세 번째 마라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열심히 훈련중이었고 가벼운 운동을 했고 사소한 일상 공유가 마지막 대화가 되어버렸다. 최고의 친구이자 소울메이트였던 그가 셔츠를 침대에 올려놓고 라벨을 떼기 위해 허리를 굽히다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움켜쥔다. 유령이라도 본 듯한 그의 얼굴. 혼란과 공포에 빠져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 추간판 탈출증 아닐까. 심장마비인가.여러 생각을 하며 어찌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린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고 가슴통증,가랑이, 왼쪽다리저림, 시야흐림, 메스꺼움, 왼쪽다리감각상실, 복통, 다리마비까지. 의사마저도 당황하고 겁이 난 기색이라니.
대동맥박리. 빌의 대동맥, 즉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내보내는 가장 중요한 동맥이 찢어지는 바람에 그 안에 있어야 할 피가 전혀 상관없는 신체 부위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응급수술실에 들어가며 서로 사랑한다는 말이마지막 말이 되었다.
그녀를 상냥하고 따스하고 사려깊고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꾼 사람, 그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예정되었듯 그의 죽음도 그래야만 했던 것일까. 어째서 빌이 죽어야하는지, 자신이 저지른 어떤 잘못에 대한 처벌인건지, 왜 자신이 아닌 빌이 죽은건지, 왜 빌을 나에게 주고 행복을 맛보게 한 다음 뺏어간건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혼란한 머릿 속에서 꼬리를 문다. 분노하고 이성의 끈을 놓쳐가고 있었다.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이 세상에 자신과 남편이 다였던 사샤.남편의 죽음은 그녀에게 절망이다.
심리치료사인 사샤는 애도 과정에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고통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의 기술로 사별한 사람들이 차마 말로 표현하지 없던 상실의 언어를 우리는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비탄한 마음의 표현이었기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같이 눈물흘리다가 상상하기 싫어지다가, 남편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고통과 비통함이 이렇게나 크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그들이 다시 치유하고 다시 웃을 수 있길 바라본다. 그리고 곁에 있을 때 더 남편과 가족들에게 더많이 표현하고 잘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