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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평점 :
서른 두 살, 건강했던 그녀가 악성 림프종,혈액암1기란다. 암환자가 처음이라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고 마음 먹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을 것, 내기분을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것, 적응하기 힘들었던, 항암치료만 끝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2년 반 동안 치료를 마치고 몸 속에 있던 암세포는 사라져서 주변사람들은 다행이라고 괜찮다고 위로하지만 정작 자신은 괜찮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데, 내 일기장을 보고 썼나 싶을 정도로 공감했다. 너무나도 비슷했기에 32살 건강했던 내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3년째 아직도 통증과 마약성 진통제 등 10가지 넘는 약을 달고 사는 나와 같은, 억울했고 아무도 몰라주는 거 같고 아프고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막내딸, 네가 오늘도 아프구나. 약줄게하며 옆구리를 쳐다본다
암은 아니라, 그녀를 다이해하진 못하지만. 환자라서 느끼는 그감정, 30대 젊은 나이에, 사람들의 말한마디에 느끼는 감정, 내몸인데 마음대로 하지도 먹지도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부여잡지도 못한 내가 떠올라 읽는 내내 울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암이라니, 얼마나 울었을까. 불쑥불쑥 억울한 생각이 들고 뭘 시작하려고 해도 자신이 없다고.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 울었다. 나랑 너무나도 똑같은 그녀."아기 엄마. 지금부터 딸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고 나를 돌봐요. 내가 막내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우선 나한테만 애써요.라는 어떤 아주머니의 말에 또 눈물이 났다.난 아기엄마는 아니지만 나는 날 너무 돌보지 못했다.
3년째 옆굴아 옆굴아, 어떨 때는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나. 다행히도 암도 아니고 신장을 떼어내지도 않아도 되지만 난 여전히 통증으로 못자고 몸에 관을 넣고 살아야하고 구토 어지럼 온도조절이 안되는 환자기 때문에.
만약 내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겁 많은 나는 주저앉아 울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엉엉 울었다. 꺽꺽 소리내면서. 발버둥을 치면서. 가슴을 치면서. "왜 내가 암이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22쪽)
내모습이 자꾸 보인다. 난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의사가 최악에는 신장을 들어내면된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혼자 숨어서 울었다.
꺽꺽 소리내며, 몇시간 울고 나니 속은 시원해졌는데 더 아파져서 고생한 기억이 난다. 혼자 끙끙되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뭘그렇게 잘못 했냐고. 남편이 말한다. 너무 열심히 산다고 자기 몸 안돌봤다고. 이번 기회에 제발 쉬라고의사선생님이 이제 그만오세요. 다 나으셨네요. 하는 축하를 받고 싶다 나도.
이제 더 이상 엄마한테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도와줘서 고마워"라고말한다.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사람, 나 대신 죽을 수도 있다는 사람, 그 사람이 엄마라는 걸.
(59쪽)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살려주세요라는 말에 엄마는 간호사에게 우리애 죽는다고 어떻게 해달라고했다. 강도가 센 마약성진통제를 맞고는 정신이 돌아왔다. 엄마가 대신 아파줬음 좋겠다는 말에 엄마까지 아프면 안된다고, 엉엉 울었다.
나때문에 보호자용 침대에 쭈그려자고 나때문에 뛰어다니던 엄마 생각에, 나없으면 안된다는 엄마말에 오늘도 열심히 버텨본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와 나의 다시 예전처럼 건강한 아이가 되길 바랐고 모든 사람이 아프지않길 바랐던 것 같다.
이 글은 도서를 선물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