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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뉴욕 한 아파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폐쇄, 국경 봉쇄, 시민들의 야간통행금지령, 계엄령이 선포된 전쟁 끝에 독일 동부는 폴란드가 되고, 폴란드 동부는 소비에트 연방이 되는 1980년대 사회주의 국가 폴란드에서의 루드비크는 편지를 쓴다. 미처 전할 수 없었던 말들과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 마음들을 써내려간다.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이름, 야누시.
9살, 어린 시절 함께 자라온 베니에크를 보면 두근 거리는 자신의 성적 취향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남성성이 움트는 게 보였고 둘만의 일탈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방과 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스스로 수치심과 반발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베니에크는 소리 소문 없이,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진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추방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시절을 보내던 그는 대학교 졸업을 위해서 농촌 특활에 참가했다가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야누시를 만나고는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고 설레고 사랑에 빠지지만 죄의식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본능적으로 숨기게 된다. 그들의 밀회는 장외에서 비공식적으로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잠든 후 가방 깊숙한 구석에서 <조반니의 방>을 꺼내 손전등 불을 비추며 몰래 읽기 시작한다. 책은 두렵기도 하면서 위안을 줬고 자신들의 고뇌와 고통을 치유하고 온전히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은 원하는 것을 가지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할 내일을 상상하기도 한다.
둘은 용기를 내어 사랑을 이루는 대신 도피와 사회적인 안정망을 택한다. 자신들의 사랑보다는 성공을 택한 두 사람의 이별.
1980년대 폴란드의 억압과 체제 속에서 자유
가 없는, 갇힌 상황속에서 둘은 사회적인 편견을 이겨내며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체제의 정당성 안에서 출세를 선택한 야누시와 자유를 힘껏 부르짖는 루드비크는 결국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슈가 되는 동성애라는 키워드를 다룬 소재라 새로웠다. 학창시절 '동성애'를 직접 목격하면서 성의 개념이 정착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만 생각해오다 현재까지도 동성애를 고수해오는 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