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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를 만나다 -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6월
평점 :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날들, 나와같이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르고 줄곧 엑셀레이터만 밟았던 작가. 그런 그녀가 2019년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걸린것. 나 또한 3년 전, 병원에 실려갔던 기억이 난다. 옆구리 통증으로 시작된 아픔, 8시간이라는 대수술을 하고 끝날 줄 알았지만 3년째 난 통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응급실에 가는게 일이었고 몸안밖에 있던 관, 현재도 몸속에 관을 가지고 살고 있다. 난 왜 작가처럼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을까. 쉬지못했을까. 은신처를 만들고 떠나지 못했을까. 지금은 아파서 반강제로 마약성진통제를 먹으며 침대와 한몸이 된 나를 되돌아 봤다.
처음으로 혼자만의 의지로 혼자 떠나서 하루 묵는 여행으로 11월 11일 거사를 계획했던 그녀. 제주도. 듣기만 해도 좋은 그 곳으로 떠난다.후반 인생을 맞아 이미 원하던 일을 하면서
살고는 있지만 새로운 것을 찾고 인생명함에 훌쩍 제주를 써넣고 떠난 것이다. 자기를 위해 감동과 즐거움으로 채우고 느리고 풍요롭기 위해 떠났던 여행. 너무나도 부러웠다. 제주에서 배우고 자신을 되돌아본 시간이 부러웠다.
그러다 코로나가 갑자기 찾아왔다. 제주도와는 이제 안녕이다.
그대신 그녀는 40분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5분이면 닿는 동네 뒷산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추위로, 더위로 이 핑계 저핑계를 되며 찾지 않았던 그곳을 찾은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도는 둘레길이 아닌 산속으로 들어가 오솔길을 만드는 그녀에게서 친정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늘 동네뒷산을 1-3시간씩 꼭 타던 엄마이 스쳐지나갔다. 결혼하기 전 아프기 전엔 나도 종종 가던 그 산이 그립다. 어지럽고 바쁜 세상을 잠시 잊고 묵묵히 정상을 향해 오르며 땀흘리고 스트레스 풀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속도를 찾아 자연과 느긋함으로 속을 채우고 있었다.산을 돌고 나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평온해진다는 말에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뒷산의 숲과 거실책방이 생활영역의 중심이 됐다는 그녀. 책을 보는 내내 코로나로 산에서 사계절을 지켜보고 점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불안장애와 옆구리통증으로 운동과 등산, 차타기가 제한되는 나는, 안방책방이 생활영역이 되었다. 면역도 약하고 밖을 못나가다 보니 울적할 때면 누워서 책을 펼친다. 이제는 약먹고 책이라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다시 등산하고 여행할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오늘도 앞만보고 엑셀만 밟았던 완벽주의자였던 나와 같은 이들이 부디 작가처럼 쉬어가길, 건강하길 바라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