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기 좋은 방
신이현 지음 / &(앤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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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 방' 제목부터 요즘 내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다.

 인생이 고단하구나 힘이 들 때면, 혹시 여친이나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남자들은 동굴로 들어간다. 결혼 후 자신의 동굴이,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던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도 나 혼자 있기 좋은 아무도 모르는 곳이 있었으면,  그래서 한 번씩 숨어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숨어있기 좋은 방은 어떤 이야기일까?

1994년 신이현 작가의 데뷔작으로 출간 당시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와 윤리적 논쟁으로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작품이란 얘기에

더 읽어보고 싶었다. 왜인지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1994년 최악의 주인공이 2021년 공감의 주인공이 되었다. 생동감있는 글이고 특이하고 이상한(?) 캐릭터인 윤이금의 매력에 빠지게되는 소설이다.



 






사회적 통념과 질서, 원칙은 도무지 관심이 없는 무개념 윤이금은 직장을 그만두는 날을 기다렸지만 실직한 지금 또  다시 직장을 구해야한다. 어떤 직장을 구할지,  직장을 가지 않고도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윤이금. 철이 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금. 항상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서성거렸고 태어날 때부터 불안해 잠식된 존재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그녀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 스승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진지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 이금. 대학의 자퇴부터 직장 무단결근, 혼전순결에 인생의 중대사라 할 수 있는 결혼도 진지한 고민이나 갈등 같은 심리적 변화를 겪지 않는다.



 정말 슬플 때는 친구도 위로가 되지 않아 완전히 취해 죽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하면 초라하게  아무 즐거움도 없이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그녀는 태정의 몸에 의지하기도 한다. 위로받고 싶는 그녀. 태정의 몸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어진다.

 섹스는 수면제와 같다고 생각해 잠이 오지 않거나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하며 약간 지친 상탸로 아무 생각없이 잠들어 버리는 게 그녀다.





 모든 선택은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다. 그런데 외롭고 힘들어보인다. 이젠 자유의 몸에다 마음껏 게으름이라도 피워볼까. 놀아볼까. 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길을 잃은 듯하다.




  집으로 가는 길 내 마음은 발목에 쇠 덩어리를 차고 가는 것처럼 무거웠다. 나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자꾸만 고개를 푹푹 꺾었다. 이 골목길에만 들어서면 나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커다란 짐을 등에 업고 있는 기분을 벗어날 수가 없다. 누군가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함께 어딘가로.(70쪽)

 

 또다시 아침이다.이제 일어나야 하고 무엇인가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내 몸은 여전히 퍼져있고 눈은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눈을 뜨고 몸을 움직여 보려고 애를 쓴다. 몸이 왜 이렇지. 투덜거리면서도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길 위에 엎어져 있다는 생각. 기차의 바퀴가 내 머를 밟았고 나는 번쩍 눈을 떴다. 돌멩이인 줄 알았는데 플라스틱그릇이다. 전날 술그릇. 마시는 동안은 힘듦을 조금 이기는가 싶더니 그것도 쉽지 않다.



 나는 보는 내내,  요즘 시대 방향을 잃고 괴로워하는 청춘들을 그린듯 했다.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운 청춘들을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다들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길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가끔 안전하고 행복한 은둔의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 만든 방이지만,  인생이 고단하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 숨어있기 좋은 방을 나는 가지고 싶고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진다. 거기서 무엇을 하든지. 누구를 데리고 가든지. 아무도 상관하지 않을. 그냥 선물이니까. 그곳에서 활짝 웃을 수 있길 바라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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