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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평점 :
작고 얇으면서도 알찬 내용을 담은 월간 내노라, 출퇴근시간이나 종종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책. 가벼운데 내용은 고급지고 재미나다.
원숭이손, 꿈의 아이, 나이팅게일과 장미에 이어 누런 벽지를 펼치게 된 건 아마 이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런 벽지는 표지부터 강렬했고 제목의 의미가뭘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기에 펼쳤던 것 같다. 근데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글의 묘사에 계속 들고 있었던 책인 것 같다. 샬롯퍼킨스 길먼, 미국 여성주의 저자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매력적인 책이었다.
날짜별로 빠른 호흡을 가지며 진행되는데 몰입도가 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몇 장을 읽고는 단순히 아픈 여자와 아내의 마음을 몰라주는 의사 남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병들었다는 것을 그는 부정해! 그런데 내가 무얼할 수 있겠어?(27쪽)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존에게 화가 치솟아 예전에는 이렇게 예민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불안한 나의 상태인가 봐 그래서 나는 적어도 그가 있을 때라도 스스로를 제어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너무 피곤한 거야.(31쪽)
아프다보니 예민하고 이유없이 화나고 위로받고 싶은데 여자와 의사라는 이유로 처방은 내려주지만 아내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쯤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의사 남편에 의해 산후 우울증 치료로 방에 갇힌 여성의 독백이야기다. 실제 길먼의 자전적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실제 19세기 초, 남자들은 여자들이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하다고 믿고는 육체를 옭아매고 정신을 흐리게 하는 '휴식 치료법'으로 변화를 주장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제압했다고 한다. 엄마답지 못해서, 아내답지 못해서, 불평불만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여성들이 휴식 치료법의 대상자가 되었다니, 충격적이다. 지금 시대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말이 휴식 치료지, 방 안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휴식일까. 구속이
고 감금으로 글도 쓰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방 안의 벽지만 보는 여자. 급기야 누런 벽지가 흉측하고 역겹고 움직인다고 느꼈을까. 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병실에 누워 천장만 보던 내모습 같아 읽는 내내 안아주고 싶었다.
내 말은 들어주지않고 하루 종일 매시간 내가 할 일을 처방해주는 사람. 눈치보며 살아야하는 삶. 보는 내내, 그녀가 불쌍했고 병이 악화될 것 만 같았다. 감금하고 무조건적인 휴식보다 안아주고 이야기들어주는 그런 남편일 순 없을까, 누런 벽지를 뜯어버리고 그녀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조용히 안아주고 싶었던 책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