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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ㅣ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결혼하기 전까지 공주야, 라고 부르는 아빠랑 살던 나는 엄마,아빠를 어마마마, 아바마마로 저장할 정도로 궁에 살고 싶었다. 특히 어릴 적 보았던 베르사유는 고급지고 예뻤던 곳으로 기억해 나는 종종 베르사유궁을 동경하기까지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베르사유궁에서 공주의 삶을 살고 싶기도했다. 그랬던 내가, 생각이 변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를 읽는 내내 타임머신이 있더라도 베르사유궁에 갈 수 없을 것 같다. 똥이 둥둥 떠다니고 기생충에, 거기서 지냈다면 비위약했던 나는 탈출을 감행하거나 고통받으면 살았을것같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에 나오는 그시대의 생생함으로 읽는 내내 "헉, 윽, 세상에"등 감탄사를 토해냈던 것 같다.
아픈 환자다 보니 제일 충격적인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위생상태와의사와 약사들의 모습이 너무충격적이었다.
마이스터 알렉시스는 "가슴뼈가 부러져 피를 토하는 환자에게는 쥐똥 가루를 동전만큼 떠서 질경이즙과 섞고 거기에 설탕을 넣어 만든 약을 아침 식사 전과 자기 전에" 먹이라고 조언했다. 신장결석이나 방광염에 걸리면 황소의 똥을 무, 백포도주, 딸기 주스, 레몬주스, 설탕, 꿀과 섞어서 마시라고 처방했다. 코피를 흘리는 사람은 아직 따끈한 돼지의 똥을 코에 밀어넣었다. 눈병에 걸리면 인분을 말려서 빻은 가루를 눈에 넣었다.
(74쪽)
지금시대에 상상할 수도 없다. 사람 똥과 동물의 똥을 벌어진 상처에 바르거나 먹다니. 상상하기도 싫다. 끔찍하고 비과학적이다. 의사면허는 어떻게 땄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잡는 의사에, 당시의 약사라고 할 수 있는 약제사도 의사 못지않게 많은환자를 죽였다. 약물 조제와 관련된 법도 없었고 순도나 성분 검사도 없었으며 유통기한도 정해두지않은 시대라니.
3년 동안이나 복통 속쓰림 메스꺼움 같은 위암 증상을 보이는 헨리에타는 치커리 차를 마시고는 자기가 독을 먹었기 때문에 아픈 것으로 생각했다.
위염이나 위궤양에 좋은 음식과 지금의 약만 먹어도 살 수 있었는데 위산이 다른 장기에 염증을 잃으킨 것을 비소중독이라고 생각하다니.
약 먹고 음식을 조절하면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죽은 그녀가 안타깝다. 의사와 의료체계 조차 엉망이었던그 시대에 안 태어난게 어쩌면 다행인지 모르겠다.
중세유럽 의문사로부터 김정남의 암살까지, 잔혼한 세계사를 읽고 지금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하고 내 생활이 더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그냥 평범한 나로 살아가며 하루 하루를 더 감사하면서 살아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