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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ㅣ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평점 :
3년째 아파서 여전히 병원 생활을 하는 나는 30대다. 건강했던 내가 어느날 부턴가 계속된 옆구리통증에 시달렸고 8시간이라는 대수술을 했다.
수술만 하면 나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몸안팎으로 관을 넣고 거기다 소변줄까지. 밖으로 나온 관 덕분에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비뇨기과 환자다보니 병원에 갈때마다 젊은 여자가 여길 왜와라는
시선도 함께 감당하고 있다. 바깥으로 나온 관은 뺐지만 여전히 몸안에 관때문에 아픈 나.
아픈 사람이 더 아픈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하지않던가.
새드엔딩이 취향이 아닌 나라서한창 나이인 고작 32살에 덜컥 유방암에 걸린 니콜 슈타우딩거의 책을 펼쳐들었다. 순발력의 제왕이자 긍정의 신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내얘기 같았기에.
책은 유쾌한 (?)암투병기를 적었다. 내가 아파서 인지 공감이 너무 되는 문구가 너무 많았다.
아무 문제없다는 그말을 듣고 싶었는데,암이라니 32살에 갑자기 암이라니? 암진단을 받은 작가의 모습을 보고 신우가 부어 신장을 누르고 있다는 진단을 받던 날이 생각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나는 운이 좋았다. 정말로 좋은 의사를 만난 것이다(24쪽)
(나 또한 운이 좋았다. 늦었다면 신장이 기능을
상실해 왼쪽 신장을 떼어내야하는데 다행히 옆구리통증을 호소하다가 서울의 큰병원에 갔고
8시간의 수술만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몸에 관은 있지만
신장의 기능은 정상인과 같고 한쪽이 단지 조금작고 부어있고 종종 부어 병원을 간다는 것, 그래도 나또한 좋은 의사를 만났던 것 같다)
왜 하필 나지?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28쪽)
아플때 마다 하염없이 울면서 내가 했던 말과 같아서 놀라웠다. 왜하필 나인건지? 내가 뭘잘못했기에 이런 병에 걸리고 아픈 건지 받아들이질 못했다.
그때마다 엄마와 남편이 손잡아주면서 곧 나을거라고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며 위로해주고 긍정적인 말을 해줬기에 나는 아픈 날 받
아 들일 수 있었다.
병에 걸리고서야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가족이, 물질적이지 않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로이 절감한다. 그래서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깨달음을 느낀다. 친구 정리하고 식습관도 바꾸고 난생처음 나무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나는 매일매일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한다.(42쪽)
책 중 제일 공감했던 구절을 꽂으라며 이부분이다. 친구들이랑 놀고 이야기하는 건 좋아해놓고 어쩜 그렇게 가족에게는 소홀했는지 친구를 정리하고 가족과 소중한 것들이 다시 보였다.
나는 수술하고 나오자마자 통증에 말도 잘못하면서 나는 남편사랑해엄마아빠사랑해요를 반복했다. 나만 아플테니까. 다들 아프지말라고, 죽지말라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 느꼈고 사랑표현도 많이 해야겠다 생각해 많이 안아도 주고 손도 잡고
사랑한다며 애교도 부리는 딸이 됐다. 아프고 난 뒤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남편이 새장가를 갈까? 절대로 안돼 . 날 애도해야지.평생.내가 너무 이기적인가.(39쪽)
수술하고 너무 아팠을 때 내가 죽는 건 아닌지
이남자가 내가 죽으면 새장가가면 어떻하나 생각했던게 기억난다. 사그라지지않는 통증속에
내가 가족들을 떠나면 어떻하나.생각하기도 했
었다
울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되새겼던 말.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싸우자고
도망쳐봤자 소용없다.포기도 안된다. 오래가진 않을 거야. 난 꼭 나을 수 있다.
자 비켜라, 내가 간다. 예전의 니콜, 새로운 니콜. 무엇보다 건강한 니콜.(330쪽)
책을 덮으며 나와 작가, 모든 이들이 건강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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