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위원회 첫 모임날 가와이 선생님과 마흔명의 도서위원들은 좋아하는 책을 묻는 질문에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한 권씩을 이야기한다. 이제 아라사카 고지의 차례, 좋아하는 책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제목만 대충 언급한다 하더라도 어디가 좋냐는 질문을 받으면 끝장이다.애초에 나 같은 인간이 도서 위원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 생각한 일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솔직하게 말해 버렸다. " 저는 좋아하는 책이 딱히 없습니다" 그런 아라사카 고지를 선생님은 도서 신문 편집장으로 임명하고 모두에게 도서 신문을 부활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잘 안 읽을 것 같아서 도서신문편집장으로 임명한다니. 책을 안 읽는 아라사카가 독서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선생님. 책을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선생님의 심리를 알 수가 없다. 책을 안읽는 아라사카와 활자중독자이자 엄청난 독서가인 후지오가 맡게 된 도서 신문 작업이라니. 후지오는 벽에 달라 붙은 도마뱀처럼 서가 앞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할 듯 책 등을 눈으로 좋는다. 보물더미를 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 독서라면 질색이고 시간 낭비일 뿐이라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럼 다른 제안을 해 보든가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아라사카. 감상문 하나 정도 쓰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나머지는 후지오한테 전부 넘겨야지 후지오라면 책을 읽는 것도 힘들지 않을 테니 감상문뿐만 아니라 신착도서 소개도에 맡겨야지. 대략적인 구성만 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후지오한테 해 달라고 할 셈이다. 고분고분 해 보이는 후지오가 부탁 좀 할게 하면 잠자코 고개를 끄덕여 줄게 틀림없을걸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신문 제작 방향이 대충 정해지고 생각지 못한 벌칙인 도서실 카운터 담당을 부여 받고 나니 도서실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골든 위크 직후까지 둘은 잘 해낼 수 있을까. 후지오에게 다 떠넘기려다 아라사카는 히자키 선생과 미도리카와 선배, 야에가시에게 독서 감상문을 부탁한다. 후지오는 평소에는 작은 목소리에 혼자지만 책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커진다. 후지오와 대화하는게 우선인데 쉽지가 않다. 파이팅 하자고 말을 걸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자 후지오는 불안하게 등을 움추리고 한 걸음 뒤에서 걷고 있었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 후지오를 보고 역시 앞날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라사카는 한숨을 삼킨다. 아라사카는 같은 반 친구 야에가시, 미술부에 미도리카와 선배 생물 담당 히자키 선생님에게 독서 감상문을 부탁하고 감상문을 받기 위해 예상 외의 미션에 맞닥뜨린다. 아라사카와 후지오는 도서 신문을 기한 내에 완성하기 위해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과연 아나사카와 후지오는 무사히 도서신문을 완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