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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노래
나카하라 주야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관에 영향을 받은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나카하라 주야.
그가 공식적으로 남긴 시집은 단 두 권. 그 중 그의 비극적인 요절 직후에 발표된 마지막 시집이 바로 '지난날의 노래'다.
순조롭게 올라가던 그의 인생의 상승기에 첫 아들 후미야가 결핵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생기고
그는충격을 받아 정신착란까지 일으키는 와중에 자신의 마지막 시집이 될 지난날의 노래를 완성한다.
아들의 죽음을 치른 뒤 절망에 빠진 채 자신의 죽음마저 앞두게 된 그,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난 날의 노래는 죽은 아들에게 바치는 추모이자 평생 자신을 사로잡았던 광기와 죽음에 대한 목도이기도 했다.
그 중 두 편을 적어본다.
유월의 비
또 한바탕 퍼붓는 오전의 비는
창포의 색과 같은 초록의 빛깔
눈동자 그렁대는 얼굴 긴 여자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져 가네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져가니
근심걱정에 잠겨 촉촉하게도
밭두렁 위쪽에도 떨어져 있네
끝도 한도 모르고 떨어져 있네
큰북을 두드리고 피리 불면서
천진난만 아이가 일요일이라
다다미방에서 놀고 있어요
큰북을 두드리고 피리 불면서
놀고 있자니까 비가 내리네
창살 바깥에서 비가 내리네.
봄날의 노래
흐름이여, 담담한 수줍은 아양
흘러서 가는 거냐 하늘 나라로?
마음마저 저멀리 흐트러지고
이집트 담배 연기 감도는구나.
흐름이여, 차가운 고뇌 감추고
흘러서 가는 거냐. 산자락까지?
아직 못 본 얼굴의 불가사의한
목구멍이 보이는 그 부근까지...
낮잠에서 꾼 꿈이 푹신하게도.
들판 위의 하늘의 하늘의 위로?
으아앙 으아아앙 운다 하던가.
노란 헛간이로다, 하이얀 곳간.
물레방아 보이는 저쪽 편까지.
흐름이며 흘러서 간다 하던가?
왠지 시에서 슬프기도 하면서 광기도 느껴지는
것 같다. 주마등이 지나는 것처럼 자신의 지난 삶들을 떠올리며 언어를 조합해 특유의 감각으로 쓴 시. 의성어도 종종 등장하는 독특한 시. 아들을 잃고 자신의 죽음을 알고 쓴 시. 30살에 요절한 안타까운 예술가로 기억될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