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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된 여자 ㅣ 케이스릴러
김영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 아이'를 위해 충동적인 것은 모두 참아야만 하니까.
별일 아니야.
또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닐까.
당장 이번 달에 월세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은호에게 수완은 늘 약자다. 자신이 은호와 '우리'아이까지 망치고 말거란 생각에 참았다.
그러나 일하던 직장에서 잘리고 뱃속에 아이가 있단 걸 확인한다.그리고 민우와 뜻하지 않게 만나고 기분이 상한 채 은호와 앞으로의 일들을 상의할 생각으로 집으로 향하지만 남자친구인 은호는 전셋집의 보증금을 들고 도망가버린다
수완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달리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투명한 파티션이 놓인 것처럼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22쪽)
집에서 나와 우연히라도 은호를 마주칠 수 있을거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며 목적지없이 지하철을 탔다가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핸드폰을 놔둔 경진에게 핸드폰을 가져다 준다고한 약속이 생각나 약속장소로 가게 되고 경진으로부터 죽은 자신의 여동생이 되어달라는 뜬금없는 제안을 받는다.
수완은 경진이 생각한 것보다 더 외로움이 깊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과 오래전 안타깝게 잃어버린 동생까지.
결국, 수완은 어쩌면 세상에 아예 존재한 적도 없는 29살의 남경이 되기로 결심한다.
수완은 몇번이고 되뇌고 난 후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설렘으로 생기를 띈 얼굴은 낯설게 보였지만 입고 있는 옷은 아까보다 잘 어울려보였다. 이것이 수완에게 온 진짜 기회인 걸까.
비는 맞으면 불쾌한 것이라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녀처럼 안에서 가만히 비를 지켜본 경험이 내게는 많지 않았다. 비는 늘 예고 없이 쏟아졌다. 나는 아무런 대비도 하지못한 채 흠뻑 젖기 일쑤였다.
수완으로서의 삶은 늘 비오던 날이었다. 어느날
예고 없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찾아와 그녀를
비참하고 외롭고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 앞으로 그녀도 빗속에 들어갈 일이 없겠지.
"우리 사이에 이제 비밀은 없어야 해요"
내 모든 소지품을 맡겼을 때 경진이 한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모든 것을 감시당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목덜미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경진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고치속에 갇혀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한 채 고립된 시간을 겪는 수완. 집은 좋아보이지만 외로움과 불안한 건 기분 탓이겠지?
수완은 점점 경진의 여동생 역할에 몰입하고
서서히 자신의 본래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는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경진의 충격적인 계획들은 하나씩 밝혀진다.
이제 수완은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주변의 그녀를 감시하는 눈초리, 그리고 준석과 경진의 시선.
수완은 거칠게 호흡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몸은 가위에 눌린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않았다.
수완은 경진과 계속 함께 할 것인가.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또 뭘까, 애초부터 뭐가 잘못된걸까. 그들은 대체 무엇을 계획하는걸까.
수완은 무사히 이 연극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