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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파티 드레스는 짧은 서문과 9편의 텍스트른 엮은 산문집이다.
부모는 우리가 읽고 배우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흡족해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 같지 않을까봐 남몰래 애를 태운다.
알파벳을 제대로 집어삼키지 못할까봐, 깊이 숙고된 반듯하고 탄탄한 문장 속에서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다른 아이와 같지않을까 걱정하며 책을 읽히고 교육을 시키는 부모. 무가치한 희생을 강요하지않으면 안되는 걸까.
독서는 기도와도 같다. 책은 검은 잉크로 만들어진 묵주여서. 한 단어 한단어가 손가락 사이에서 알알이 구른다. 기도란 무엇일까. 침묵이다.자신에게서 물러나 침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책에서 나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거나 누군가의 원고를 받기도하고 백화점에 들리기도 하는 등의 일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책을 쓰고 읽는다.
여자는 굶주린 고양이 같은 고통을 받아들인다. 고통으로 정지된 이시간을 메우려고 책을, 소설을 편다.
삶에서 처음 마주치는 피로의 얼굴은 어머니의 얼굴이다.고독에 지친 얼굴이다. 갓난 아이는 꿈과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피로를 가져다준다.피로가 맨 먼저이다. 밤을 강탈당하고 행복이 숨통을 조여 온다.
사랑을 하듯 책을 읽고 사랑에 빠지듯 책속으로 들어간다.
보뱅은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가난한 삶이라고 말한다. 너무 가난해 아무도 원치 않는 삶.우리는 오로지 부재 속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고 결핍 속에서만 제대로 말할 수 있다. 글쓰기의 재료도 글쓰기가 지향하는 대상도 가난한 삶이라고 얘기한다.
책의 제목인 작은 파티 드레스와 동일한 제목을 지닌 마지막 텍스트에서는 "사랑밖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사랑안에는 알수없는 것들"이라고 말하며 출구가 없는 삶속에서 침묵으로 이어진 것은 사랑이었다.
놀이에 몰두해 있는 아이에게 시간이 모자라듯. 사랑도 그렇게 부족하다. 사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정말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우리 안에 자리한 사랑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시간은 늘 역부족이다.
책, 독서, 글쓰기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책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