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초대 - 이름을 불러 삶을 묻는다
김경집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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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 언어를 배울 때 명사를 쓰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품사도 명사다. 그만큼 우리 삶 곳곳에 명사는 있다. 작가는 양말부터 잡지,세탁기, 차표까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47개의 명사를 이야기한다.
그 중, 몇 가지들은 점점 우리의 생활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것들도 다루고 있었다.
명사의 뜻과 역사(?)를 이야기하며 '아, 이단어가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적이 있었지.' 하며 추억에 잠기는가 하면, '아! 이뜻이구나!'하는 깨달음도 갖게 한다.
명사는 명사이면서도 우리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고마운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명사 두가지는 북엔드와 아스피린이었다.

북엔드
책에만 북엔드가 있는 게 아니다. 집은 쓰러질 일 없지만 현관에 나란히 버티고 서서 집을 감싸고 호위하는 것들을 보면 마치 '하우스엔드'같은 느낌이 든다.
북엔드는 단순히 책이 쓰러지는 걸 막는 도구나 장식이 아니라 책을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다. 누가 책을 훔쳐갈 일도 없지만 가장 대표적인 소중한 인류의 문화자산을 지키는 호위무사다. 나와 책을 이어주는 매파다.
밀리고 쏠려 쓰러질 책을 보듬어 버티게 해주는 북엔드처럼 나를 버티게 해줄 수 있는 '마인드엔드'가 무엇일까?

아스피린(아프고 난 뒤 이 구절이 와닿았다. 현재 내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한 구절이다. 건강해져야지.)
아스피린을 가볍게 여기던 나는 이제 아스피린을 달고 산다. 멀리했던 친구를 매일 만나는 친구로 삼고 살아가야 한다. 만병통치약은 아니어도 이제는 음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양념처럼 여기며 데리고 살아야 한다.
내겐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약이었으니 그저 고마운 녀석이긴 하다. 약을 먹지 않고 살 수 있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고 섭생을 신경쓰며 수시로 몸을 체크하고 관리해야 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라져가는 걸 하나씩 느낀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물론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외면하는 건 아니지만 사라지는 대상은 단순히 물성을 가진 사물의 퇴장이 아니라 거기에 담겼던
나의 시간과 추억도 함께 기억의 건너편으로 물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우체통).
수많은 명사를 알게 되다 보면 좀 더 우리 일상의 사물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작가는 명사의 이름을 불러 우리의 삶을 묻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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