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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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작가님의 글은 어려우면서도 오묘하고, 그래서 난해하지만 아름답고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박솔뫼 작가님이 긴 호흡으로 쓰는 문장은 나도 따라 뱉게 하고 같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장이다.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도 그렇다. 읽다 보면 시를 읽는 것도 같고.. 주인공처럼 불분명한 경계를 따라 걷는 꿈을 꾸는 것 같기도, 꿈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그 주변은 철저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8개의 단편이 수록된 우리의 사람들에서는 재미있는 장치도 발견된다. 첫 번째 우리의 사람들의 겨울잠을 말하는 동물학자가 두 번째 건널목의 말에 나온다. 어쩌면 이어지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이 짧은 이야기의 인물을 떠나보내기 싫었던 나로선 반갑게 느껴지는 장치다.

사실 소설집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용을 다 삼키지는 못했다. 긴 호흡의 문장들이 가득한 소설집답게 긴 호흡으로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지만 나한테로 올 것 같다.

 


 

먼 시간을 이해하지만 이곳에 지금은 없는 사람들이 왜인지 관대한 웃음으로 다시 먼 시간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것만 그려졌다. (p.12)

 

시간이 지나고 변한 것들이 있고 나이도 먹었지만 자전거와 수영과 여행은 그리고 영화도 거기에 포함되겠지 여전히 좋아하고 오랜만에 하여도 여전히 이건 내가 할 일 같아 하고 그는 생각한다. (p.159)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락. 나는 인물이 어떤 큰 사건을 깨닫는 순간보다 담담하게 시간을 겪는 순간이 너무 좋다.

그리고 사월이 오면 나는 일을 하고 걷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갑니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은 꿈을 기록하는 것과 늘 연결되게 됩니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것도 아니고 몇 번 반복해 가다보니 알게 된 것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일을 하고 저금을 하고 옷을 정리하고 세탁소에 가고 시간을 내어 바다를 보러 갑니다. 차를 마시고 장마의 날들을 빗소리를 들으며 보내다보면 쨍한 하늘과 더위가 찾아옵니다. 그때는 칠월이 지난 날들입니다. (p.56)




덧붙여 말하면 우리의 사람들의 첫 문장은 친구들이 숲에 갈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숲은 일본의 주카이숲이다. 첫 문장을 읽고 책을 덮어 다시 보니 책표지의 숲이 이어져 보인다. 위의 짙은 색 하늘까지도 딱 박솔뫼 작가님스러운 표지. 박솔뫼 작가님의 소설과 찰떡인 표지디자인이었다.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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