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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고고학 - 로마 시대부터 소셜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는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나
최은창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평점 :
동아시아 서평단을 마무리하는 책, '가짜뉴스의 고고학'의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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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은 무한한 정보 생태계의 절묘한 비유가 분명하다. 과잉 생산된 정보들 속에는 무의미한 잡설, 잘못된 정보, 허위정보, 사상으로서 가치가 없는 정보가 더욱 많다. (p.39)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은 대부분 무신론을 고집한 독신녀, 부모 없는 고아, 자식이 없는 50대 여성들이었다. 부유하다는 것은 이단과 똑같은 범죄였다. 마녀라는 자백만 받으면 재산을 몰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백할 때까지 고문을 했다. 마녀를 불태우고 나면 남은 재산은 교회로 귀속되었다. 마녀사냥은 페스트 전염, 봉건 귀족들의 수탈로 인한 농노들의 궁핍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수단이었다. 교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개인적 원한을 갚기에도 유용했다. 마녀들이 사회에 끼친 해악성을 불분명했지만 교황이 마녀에 대한 공포를 공식화하자 합법적 폭력을 낳았다. 정작 위험한 것은 고문, 인권침해, 화형이었지 마녀의 초자연적 능력이 아니었다. (p.45-46)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자체보다 댓글만을 읽는 사람도 많다. 다수의 긍정을 받는 뉴스나 의견은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신호를 제공하고 논쟁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정하도록 은근히 유도한다. 조작된 댓글을은 여론을 직접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인위적으로 늘어난 댓글 공감수는 '대세'가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p.299-300)
뉴스의 생산자가 착각하고 허위사실을 전달한 것인지, 악의적인 헛소문을 내기로 한 것인지 구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때문에 두 가지 형태 모두 표현의 자유로 보호를 받는 혀상이 나타나게 된다. 가짜뉴스의 생산자들은 이 모호한 영역에 숨어 표현의 자유를 외친다. 자신은 허위사실에 근거한 정보라는 점을 몰랐고,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도 있다고 항변한다. 허위사실이 아니고 주관적 의견이자 평가이므로 발언의 자유를 억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짜뉴스의 규제, 특히 피해자가 없는 허위사실에 대한 규제는 상당한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p.319)
공적인 사안을 비판하거나 보도하는 언론 뉴스의 내용이 일부분 사실과 다르다면 언론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일까? 개인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할 때 단편적 정보만 듣고 판단하거나 전문성 부족으로 상황을 오해하여 오류가 있는 이야기를 퍼뜨린다면 그것은 전부 가짜뉴스일까? (p.332)
그러나 개인적 수준의 발언이 크게 증폭되어 널리 퍼지거나 가시성이 압도적이지 않아서 주목을 끌지 못한다면 사회에 혼란을 주거나 대중을 감정적으로 선동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증폭기가 없이는 자신의 메시지를 확장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사람들을 토끼굴로 몰고 가는 힘을 누가 가졌는가, 누가 거짓을 증폭할 수 있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통적 플랫폼인 신문 방송과 새로운 플랫폼인 디지털 플랫폼이다.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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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고 글씨 크기가 작은 탓에 손에 잡기 망설여지는 책이였다. 하지만 흥미있는 에피소드를 짧고 굵게 재미있게 써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과거의 조작된 뉴스들이나 전달되는 방식들이 현대의 뉴스 방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는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