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Hometown 마이 세컨드 홈타운
오지윤 지음 / 카멜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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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자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결코 사랑이나 평화 같은 간지러운 언어를 앞세워 자신의 여정과 타인의 삶을 함부로 치장하지 않고, 언제나 삶의 진실 쪽에 초점을 맞추고 렌즈를 가져다 대는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여행의 스릴과 재미를 과시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탐구한다.”_추천사(황유미 작가) 중에서

👩‍💻 2년 전 #작고기특한불행 으로 내게 많은 위로를 건네준 오지윤 작가님이 여행 에세이로 돌아오셨다. ‘살아 보기, 관찰하기, 춤추기, 기억하기’라는 목차와 황유미 작가의 추천사로 알 수 있듯 베를린, 잘츠부르크, 일본, 네팔에 머물며 사람들과 나눈 대화, 그들의 삶을 통한 사유들을 담백한 문장으로 엮었다. ✅️사진첨부

나도 단기보다는 장기 여행을 선호하고, 관광 코스를 따르기보단 사람 구경하면서 발길 닿는대로 다니다 현지인 많은 식당으로 들어가는 편이라 작가님의 여행 스타일이 참 좋았다.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뒤로하고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연말의 잇단 충격으로 여행 욕구가 사그라진 상태다. 무섭다기보다는 가족과의 식사, 친구와의 통화,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 하다못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다시 신나게 따라부를 수 있게 된 것마저 정말 감사해서다.

다시 여행지에서의 ‘처음’에 갈증을 느끼고 지구 곳곳에 돌아가고 싶은 세컨드 홈타운을 만들고 싶어지겠지만 한동안은 일상에서 내 사람들과 살며 관찰하고 춤추고 기억하는 데 몰두할 것 같다. 여기에서 ’처음’을 찾고 즐겨야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프레베리의 후루츠송송 한 조각을 먹었보았다. 오 작가님의 에세이와 함께 추천하겠다. 아주 녹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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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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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신 김시습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단편 소설집

흔히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 알려져 있지만 최초는 따로 있다고 한다. 최치원이 무려 500여 년 앞서 쓴 《호원》이 그것이란 사실부터 짚어두고.

김시습이 21살에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모든 책을 불살라 버린 후 중이 되어 떠돌다가 29살부터 7년간 경주 금오산에 정착했던 시절에 쓴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후기 성격의 시 《갑집 뒤에 쓰다》로 구성되어 있다.

✅️ 문학은 문학이고, 사상은 사상이다?

김시습은 금오산 거주 당시 유교와 불교는 진리로 받아들였으나 도교에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품을 읽어보면 특히 선녀와 신선이 등장하는 《취유부벽정기》의 경우, 도교나 신선 사상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작품 해설자는 ‘문학은 문학이고, 사상은 사상’이라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 나가기 위한 서사장치를 저자의 사상과 결부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언제나 작품에는 저자의 사상이 반영되기 마련이라 믿어온 나라서 다소 당황했으나 작가가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모를 일 아닌가 싶기도🤫

✅️ 주제는 절의(節義)

《만복사저포기》와 《취유부벽정기》 《이생규장전》속 남녀는 애절한 이별을 맞이하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통해 김시습이 말하고 싶었던 건 ‘절개와 의리’, 그리고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비판이었다. 주제 췍~!! 🙋‍♀️

✅️ @dolbegae79 의 ‘千년의 우리소설’ 총서로 읽어야 하는 이유

《금오신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소설이지만 오역이 많다고 한다. 작품 속 한문이 쉽지 않을뿐더러, 작중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인 한시의 번역과 이해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千년의 우리소설’ 총서 중 열 네번 째인데 ‘쉬운 말로 정확하게 번역’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며 기존에 중대한 오역 사례를 작품해설에서 여럿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국내 고전 문학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만듦새까지 수려함🤍

👩‍💻 근데 한국 사학계에선 기자조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기자의 8조금법 조항이 고조선의 것과 일치하는 건 어찌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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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전란을 극복한 불후의 기록
유성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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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해서 먼저 사람이 잘못한 것을 뒤의 사람도 이것을 고칠 줄 모르고 지금까지 계속 그것을 답습해서 마침내 일을 그르치는가?” -p.398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이 십여 일 만에 세 도읍(서울,개성,평양)이 함락되고 온 나라가 무너졌던 임진왜란 같은 위기가 재발하지 않길 바라 남긴 기록이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도성, 옳은 판단도 꽤 해서 의외였으나 어쨌든 백성들 등지고 피란부터 가버린 임금, 전쟁 중에도 첩실과 놀아나기 바빴던 장군, 그 와중에도 권력 다툼은 계속되고 충신들은 죽어나갔으니 이 나라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건 기적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 기적을 2024년에 이르러 대통령이란 작자가 제 손으로 무너뜨리는 참극을 목도하네.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나는 부끄럽지만 사태의 위중함을 실감하지 못했다. 퇴근길에 <속보> 윤석열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 라는 헤드라인만 봤을 땐 전쟁난 줄 알고 손이 떨렸는데 영상 보니 뭔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자빠졌어. 저런 인간이 대통령이란 사실과 그 말도 안 되는 행태에 쪽팔려하고 있던 나와 달리 곧바로 국회로 향한 시민들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스스로 판단했던 일부 군인들 덕에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남아있는 기적을 경험 중이다. 시민들은 제2의 이순신이 나타나길 바라는대신 광장에 나가 스스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 그가 직무 권한을 쥐고 있고, 정권 놓치기 싫은 국짐이 탄핵을 반대하기로 한 이상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하니까. 주말엔 따뜻한 이불 속에서 <피의 게임3>나 보고 <모방범>이나 읽으며 쉬고 싶은데… 그 자의 직무 권한이 정지될 때까지라도 광화문에 나가려 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방벽까지 쌓아야 하냐며 노역을 꺼리다 나라를 빼앗겨버린 어리석은 백성을 답습하진 말아야지.

광화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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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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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과 <스타워즈>의 명대사가 떠오른 이유


바람잘 날 없는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에 많은 순례자가 모여든다. 성 위니프리드의 유골 이장 기념 축제가 열리기 때문. 성녀의 구원을 바라며 모여든 순례자들 사이에는 목에 쇠십자가를 걸고 맨발로 걷는 고행을 자처한 키이란과 그와 한 몸처럼 붙어다니는 매슈란 청년이 있다. 몸이 불편한 상태임에도 모두가 바라는 기적으로부터 홀로 초연한 소년 흐륀과 그의 누나 그리고 비밀을 숨긴 자들도 정체를 감추고 모여들었는데…

축제가 한창일 때,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저 멀리 잉글랜드에서 한 정의로운 기사가 살해당했단 소식도 들려온다.
연이어 발생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던 캐드펠 수사는 무관해 보이던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스포주의
앞서 6권 읽고 너무 드라마틱한 ‘출생의 비밀’은 좀 아쉬웠다고 했는데 작가님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욱여넣은 군더더기가 아니라 다음 이야기를 위한 설계였던 것. 하긴, 20권짜리 시리즈가 호평받으려면 어지간히 유기적이어야겠지. 추리소설은 떡밥 회수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완성도의 척도란 점에서 그야말로 웰메이드 시리즈 같다. 캐드펠 수사의 아들은 아버지를 만났단 사실도 모르는 상황인데… 다스 베이더가 출생의 비밀을 말할 때 했던 문제적 대사 ‘아이엠 유어 파더’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선 어떻게 쓰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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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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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년 2월 7일 그날, 수도원에서는 매 성무일도 시간마다 특별기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북부 전투에 가담한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보다 신중해지기를, 화해로 다가서기를, 한 나라의 젊은이들로서 유혈 행위를 멈추고 생명을 존중하기를 바라는 기도였다.-p.11

12세기 잉글랜드, 내전이 극에 치달은 상황에서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시작된다. 스티븐 왕의 부하이자 휴 베링어의 상관인 길버트 프레스코트가 적군의 포로가 되었는데 그의 딸, 멜리센트가 왕 측 포로가 된 앨리스란 남자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것. 양측이 둘의 혼인을 성사시키며 화해 또는 휴전이라도 하면 일석이조겠지만 적대적 관계에 있던 두 가문의 화합 가능성은 전무하다. 포로를 교환하면 재회조차 불가능해질 두 남녀는 바라선 안 될을 바라게 되는데…

“당신을 안기 위해 뭘 해야 하든, 당신에게 가기 위해 얼마나 싸워야 하든 다 상관없어요.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자는 누구든 죽여버릴 거예요.”-p.104

그때 사건이 발생한다. 포로 교환을 앞두고 길버트가 살해당한 것.
잠시나마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하길 바랐던 멜리센트는 같은 마음을 품었던 앨리스를 의심하지만 그는 결백을 주장한다. 정말 사랑에 눈 먼 앨리스가 한 짓일까? 만약 그가 아니라면 범인은 누구일까?


#스포주의
“한 사람의 선행을 모두 합쳐도, 그 양이 아무리 엄청나다 해도, 그가 저지른 단 한번의 죄악을 덮을 수 없다는 서글픈 논리가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세상의 손실이기도 하죠. 그리고 전 더 이상의 죽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충분해요. 또 다른 죽음을 부른다고 먼젓번 죽음이 치유될 수는 없죠.”-p.339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아쉬운 에피소드다. 일단 전작은 범인과 살인동기를 끝까지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예상대로였다. 또 하나는 멜리센트의 대사를 곱씹어봐도 죽은 사람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용서란 생각이 떨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를 범인이 목숨 걸고 구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단 한번의 죄악’은 덮어준다? 범인이 앨리스를 젖형제로서 평생 진심 사랑한 건 사실이나 애당초 목숨을 건 그 엄청난 선행이야말로 ‘단 한번의 죄악’에 대한 속죄 아닌가? 범인이 목숨 걸고 지킨 사람이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라 스티븐 왕의 다른 부하였어도 진정한 용서 운운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결말 별로임. 10권은 다시 기대하겠어!

“살아있는 이상 인간을 피할 길은 없어요. 그저 그들 속에서 당신 몫을 해야 할 뿐이죠.”-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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