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규칙 따르기 - 사회과학의 철학적 기초를 찾아서
김경만 지음 / 궁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는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 것만 발견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절망에는 끝이 없고, 자살로는 절망을 끝내지 못한다. 스스로 기운을 차려서 끝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먼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철학을 할 수 있다.”

감탄이 절로 나와 누구의 말인지 찾아보면 비트겐슈타인일 때가 잦아 언젠간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 싶었다. 독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셈. <비트겐슈타인과 규칙 따르기>가 그의 저서는 아니지만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사회이론과 철학의 근간이 되는 사상들을 ‘비트겐슈타인의 규칙 따르기’ 개념을 중심으로 비교적 쉽게 소개한다고 해 펼쳐보게 됐다.

사회이론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쓴 책이라지만
전문학자들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개념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 의심하며 들춘 제1장의 제목이
‘비트겐슈타인과 오징어튀김’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 어울리는 조합인 만큼 참신하긴 하다ㅎㅎㅎㅎ
천재 철학자와 오징어튀김이 대체 어떻게 연관되는 걸까?

알고보니 오징어튀김은 저자가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음식^^;;;
사실 책 제목을’ 비트겐슈타인과 오징어튀김’으로 하고 싶었단다.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 ㅎㅎㅎㅎㅎ

“규칙 다르기를 예시하기 위해서 수열 전개를 사용한 비트겐슈타인과 달리 이 책에서는 ‘오징어튀김’의 예를 통해 어린아이가 어떻게 사회에서 용인된 비상금 사용에 관한 규칙을 따라갈 수 있게 되는가를 보여주었다.”-p.21

일찍이 수포자가 된 내가 대뜸 비트겐슈타인의 저서를 읽었다면 책을 바로 덮었을 텐데 아이가 비상금의 개념을 오징어튀김을 통해 이해하는 과정으로 설명해주니 그나마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저자는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몇 꺼풀 ‘ 더 벗겨서 생각해 보고 싶은, 어떻게 보면 ‘쓸데없이 진지한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이 책을 썼다는데 하도 생각없이 사는 것 같아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내가 딱 타깃이긴 하다. 앎이 적어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그렇지 ㅎㅎㅎ 쉬운 입문서인지는 직접 판단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뇌과학의 탐구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택할 수 있다면 난 무조건 후자라서 읽은 책.
근데 대부분 후자 아닐까?
전자는 노력으로 도달 가능할 것 같지만
후자는 노력으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잖아.
근데 이 책보니 후자도 노력하면 도달 가능하다더라.
어떻게? 그 방법은 뒤에~

저자의 탐구는 지혜의 기본 개념이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단 점을 미루어 보아
생물학적 기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단 전제에서 출발했다.

탐구 결과, 그들이 찾아낸 지혜의 생물학적 기반은 바로 ‘뇌’.

그중에서도 전전두피질, 편도체와 가장 깊은 연관이 있으며
전전두피질의 배측 전대상피질 주변에서는 감정 조절, 항상성 유지 기능이 발생한다고 한다.
음… 나는 전대상피질이 덜 발달했나...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조금이라도 현명해지려면
뇌를 끊임없이 관리, 강화해야 한단다.
핵심은 다이어트와도 상통한다.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기!

아, 다른 점도 있다.
다이어트 할 때는 사람 만나는 일을 줄이는 게 좋은데
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식사도 하면서 소속감도 느끼고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
또 어휘력 키우기, 소설 읽기, 영화보기도 도움이 된다.
잘하고 있는 것도 있고 하다 만 것도 있고
전혀 하지 않는 것도 있군…

노년기에도 신체, 인지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한다면
뇌는 계속 발전한다.
따라서 누구나 노력하면 더 현명해질 수 있단 얘기.

무엇보다 개인이 현명해져야
우리 사회도 더 현명해질 수 있으니
우리부터 시작하자!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기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는 책과 대화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의 소망과 수준에 맞게 말을 걸어준다."

이 시대의 신경 안정제, 유시민 작가님의 <청춘의 독서>가 특별증보판으로 새 옷을 입었다. 자칭 ‘지식소매상’인 그가 유용한 정보를 최대한 재미있고 쉽게 전달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목적으로 쓴 여타 저작들과 이 책은 다르다. 작가가 스스로를 표현하려는 욕망에 끌려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라 밝히기도 했으니 나처럼 유시민 작가를 선망하는 사람이라면 안 읽을 도리가 없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꼭지를 추가했으니 더더욱!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래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가?
Q.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Q.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Q.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Q.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Q.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Q.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Q.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유시민 작가는 이 책에서 다룬 15개 작품에서 나름의 답을 구했고, 그것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때때로 점검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나름의 의견을 가지게 되었으나 그것이 정말 내 생각인진 모르겠다. 그만큼 유시민이란 인물이 내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니.. 헙...마지막 질문에 시선이 머문다. 책을 허투루 읽은 듯ㅎㅎㅎ

“우리는 비슷한 잘못을 앞으로 또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처럼 스스로 바로잡을 것이다. 변변치 않은 우리는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p.3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타깝게도 작년에 작고한 폴 오스터.
<바움가트너>는 1주기에 맞춰 출간된 그의 유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겐 처음 읽는 그의 작품이다.

폴 오스터를 처음 안 건 #작가란무엇인가 라는 작가 인터뷰집에서였다. 열네 살 때 바로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번개에 맞아 죽는 것을 본 후 이렇게 기이한 일을 자신만 경험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홀로 탐구하며 외로움을 이겨냈다던 그의 작품 세계가 궁금해져
대표작 4종 리커버도 장만했더랬는데 여태 모셔두더니
결국 유작으로 그 세계에 첫 발을 들였네.

이것도 활활 타고 있는 소장욕에 기름을 부어버린 만듦새 덕분이다. 한 폭의 명화 아니냐구~

#약스포주의

주인공의 이름인 바움가트너는 ‘정원사’란 뜻을 갖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 애나를 잃은 지 10년.
애도하다 미쳐버린 남자,
살아있지만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은 죽어버린 그가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정원을 홀로 가꾸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을 그렸을까.
지독한 외로움과 상실감을 이겨내는 노인,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순애보에 미치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3장에서 그가 사랑하는 여자로 주디스가 등장했을 때 당황했다. 심지어 열 몇 살 어리단다. 외형은 애나와 완전히 상반되지만 그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준 여자는 애나 이후로 주디스뿐이라 다시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며 청혼도 하던데 왠지 모르게 핑계같이 느껴져 가자미 눈으로 읽게 됐다.

상대 이성을 상스럽게도 x 친구라 표현하거나
주디스가 하는 말이지만 갑자기 ‘아가리 닥치고 키스나 해줘.’ 라고 할 때는 이 작가님이 마초를 남성미로 착각하시진 않았나 싶기도. 열한 살, 열 두살짜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을 ‘고루한 선생’이라 표현한 점도 아쉬웠고.

바움가트너의 기억 속 십대 시절, 평생 가장 많이 웃었던 일이라는 엄마와의 에피소드는 너무나도 좋았지만 내겐
내용보단 만듦새가 더 압도적 감동을 준 책으로 남을 것 같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는 다시금 기록할 필요를 느꼈다.
요즘 아주 안 쓰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읽기만 하는데
하다못해 키워드만이라도 다시 기록해 봐야겠다.

내가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되고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서로를 기억하며 머물 수 있도록.
덧없이 사라지지 않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게,
그런 욕심이 생겨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살의 연구 암실문고
앨 앨버레즈 지음, 최승자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이 감히 우리에게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비밀스러운 죽음의 집으로 달려 들어간다면, 그것은 죄일까?” -윌리엄 셰익스피어

중세 유럽에서는 대죄악이었다. 18세기 낭만주의자들이 자살을 예술의 완성로 여기자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이 천재들이 치러야 하는 많은 대가 중 하나라 생각했고. 19세기 이르자 자살은 간통처럼 일종의 부덕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예술의 새로운 관심사가 ‘자아’가 되었으므로 자아의 끝인 죽음에 대한 탐구가 이어졌고,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당시 프랑스에서는 예술 포함 모든 것을 거부한 다다이스트들의 종국이 되었다. 우리가 속해있는 21세기에서 자살은 무엇인가? 일부 종교인들에겐 여전히 죄악이겠으나 더 많은 사람에겐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사회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자살은 왜 문제인가? 해선 안 될 이유가 뭘까? 죄책감 속에 남겨질 사람 때문에? 인생은 딱 한번 뿐이라서? 누군가는 간절히 바랄 내일을 포기하는 게 죄라서? 진짜 사는 게 죽기보다 어렵고 괴롭다면 왜 자살만큼은 하면 안 되지? 자살자들의 (시도자였나?) 70% 이상이 시도 전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는데 철저히 고립시킬 땐 언제고, 아예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 같던 사람들까지 죽지는 말지… 거기서라도 행복하라며 명복을 비는 것도 위선 아닌가?

이런 잡생각(?)의 폭주가 ‘근데 나는 왜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을까. 자살을 ‘선택’이라 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엇이 다를까라는 종착지에 다다라서야 멈추었다. 이 책은 그즈음 눈에 띈 덕분에 읽게 됐는데 내가 제대로 읽었다면…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다.

‘죽음의 성향’이 자살 기도자의 환경에 내재할 경우, 그 성향이 그의 자기 파괴에 대한 고정관념을 실제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소인을 이룬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중략) 어떤 사람은 자살을 기도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도 이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p.191

이 정도뿐. 저자는 자살이란 행위의 원인을 알아보려고 이 책을 썼다. 독자는 정신분석학상의 갖가지 자살 이론과 숱한 사례를 접하지만 확실한 답이나 해결책을 얻을 순 없다. 그 이유로 내가 파악한 게 맞다면 자살은 영구히 미제로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각 자살은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사람들의 각기 다른 복잡하고 모호한 사정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남겨진 자들의 해석은 영원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정신분석가들은 자살 문제에 대해서는 놀라우리만치 입을 굳게 닫고 (중략) 유난히 회피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하다. 정신분석가에게는 자살에 성공한 환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분명한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략) 또한 그들에게는 또다른 어려움이 있는데 (중략) 정신분석가는 자살이 우려되는 환자와 자살 미수자만을 다룰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살에 성공해 버린 경우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그들의 손이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자살은 지금까지 대체로 측면에서부터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p.179~180

납득되지 않나. 저자는 해답을 내놓는 대신 두 가지 편견을 보완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첫째는 자살을 도덕적 범죄나 질병으로 치부하는 종교적 태도, 둘째는 자살을 연구 소재로 취급하는 과정에서 통계로 환원함으로써 그것이 지닌 심각한 의미는 모두 박탈하는 과학적 태도.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살에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솔직히 죽음의 집으로 달려가선 안 되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어떻게든 버텨주길 바라게 되는 걸까. 어쩌면 우린 모두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당신이 그 깊고 어두운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 내밀어 줄 사람이 분명히 있다. 부디 도움을 청해주기를.

“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때는 담배를 피워라, 마음을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모를 때는 <타임>을 읽어라.”-드와이트 맥도널드

“어딘가 다른 곳에도 세상은 있다.”- 코리놀라우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