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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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는 출판사 #작가정신 이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시리즈다.

첫 작품인 #우리는천천히오래오래 는 식민지 조선의 구속된 여성들의 사람을 여성의 언어로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백신애 작가의 글 세 편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해 온 #최진영 작가의 글 두 편을 담고 있다.

각 작품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광인수기>는 남편의 외도 현장을 급습했다가 도리어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버린 어느 현모양처가 탈출하면서 늘어놓은 넋두리, <혼명에서>는 원치 않았던 결혼을 이혼으로 끝냈단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했던 여성의 홀로서기, <아름다운 노을에서>는 남편과 사별 후 홀로 10대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과 10대 소년(아들보단 세 살 많은데 약혼자 동생임)의 사랑 이야기인데 다들 참 애처롭다.

조선시대 작품이라곤 믿기지 않는 파격 설정 <아름다운 노을에서>의 30대 순희는 솔직히 첨엔 좀 얼빠 느낌이었다.

"제 형님은 퍽이나 착하신 사람이랍니다"라는 소년에게 "난 당신의 그 얼굴이 더 착하고,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할 뻔했단 데서 역시 얼빠라는 확신을 얻음과 동시에 소년 정규 당신은 대체…! 란 생각이 들었으나 얼른 차은우 비주얼로 세팅하고 읽어서 그런지 소년의 행동 하나하나에 나까지 얼마나 심난하던지 원.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 찢어진 화폭에서 소년의 얼굴만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지 않겠어요. 나는 와락 화폭을 안고 힘껏 울었답니다. 슬픔이 자꾸자꾸 샘같이 솟아올랐어요. 무슨 슬픔인지 나는 알지도 모르면서"-p.142

📚"어디까지든지 내 아들 석주의 동무로 또는 나와 결혼할지 모르는 성규 씨의 어린 동생으로 대접하려 말을 낮추어가며 소년의 곁에 가 그의 손을 끌고 방 가운데다 앉힌 후 방문을 죄다 열어 젖히며 어색하게 웃고 어색하게 명랑했으며 서툴게 어른다우려 전 신경을 동원시켰더랍니다"-p.144~145

이 대목부턴 순희가 안쓰럽더라.
살아온 세월 전부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을까.

이 애처로운 이야기를 최진영 작가가 현대의 40대 여성과 20대 여성의 사랑으로 변주한 작품이 표제작이고 <아름다운 노을에서> 최작가가 느낀 것, 두 여성의 사랑으로 변주한 배경 등을 서술한 에세이가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이다.

이번 계기로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기혐오에 빠진 이들이 '사랑'이라는 가치를 바라보기 바라는, 사랑이란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가치라고 힘주어 말하는 최진영 작가에 주목하게 됐는데 소외된 존재들을 보살피는 섬세함이 그녀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길 바라본다.여기까지 두번째 만남이 더욱 기대되는 시리즈 #소설잇다 였다.

📚"나는 울었습니다, 울었어요. 그이의 하는 말이 용하게 꾸며내는 혓바닥 장난인 줄은 알지마는 그순간 나라는 존재는 그이에게 그만치 불행한 존재임을 느낄 때 무척 슬펐답니다."-p.44

📚"내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그이가 한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했다는 그것뿐이에요. 이십여 년을 정답게 정답게 아들 낳고 딸 낳고 살아오다가 고운 여인을 보고 욕심이 나니까, 마음대로 떳떳하게 욕망을 채울 수가 없으니까 별 지랄 같은 소리를 다 하는 것이지."-p.46

📚"그들은 털끝만치도 나를 이해해주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다만 끝없이 사랑할 줄만 압니다."-p.73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p.229

📚"당신이 빗속을 달릴 때 나도 그 빗속에 있어요. 어딘가에서 나도 당신처럼 혼자 달리고 있어요. 홀로 달리고 있는 당신을 걱정하고 있어요. 심심하고 외로운 당신이 그 사실을 기억해주면 좋겠어요."-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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