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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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과 <1984>로 조지 오웰의 천재성이 칭송받는 이유를 알았고 <디 에센셜>로 몇 편의 에세이를 읽고는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던 꿈을 실현한 그를 존경하게 됐다. 그래서 반가웠던 책인데 사실 제목은 의외였다.

알고 보니 1936년 봄, 시골집에 장미를 심었던 오웰. 그때 심은 장미 나무들이 지금까지도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리베카 솔릿은 표면적으론 사회주의자로 알려져있는 오웰이 실용적인 과일나무가 아닌 관상용 장미나무를 심은 사실을 의미심장하게 여겨 장미 심기란 행위를 출발점으로 오웰을 좀 더 탐구해보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책이 <오웰의 장미>다.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와 프로파간다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불유쾌한 사실들을 직면하는 것으로, 건조한 산문체와 굴하지 않는 정치적 견해로 유명하던 작가이다. 그런 그가 장미를 심었던 것이다.(중략) 그 장미들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이자,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계량가능한 실제적 결과가 없는 시간들이, 정의와 진실과 인권과 세상을 변혁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어떤 사람의 삶에,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p.27

이번에 알았는데 오웰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장미를 심고 정원을 가꾼 행위가 단순히 친자연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무를 심는 것, 특히 오래가는 단단한 나무를 심는 것은 돈도 수고도 별로 들이지 않고 후세에 해줄 수 있는 선물이다. 만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당신이 선악 간에 행한 다른 어떤 일이 갖는 가시적 효과보다도 훨씬 오래 갈 것이다.”-p.18

📚“사회주의의 진짜 목표는 인류애다. 인간들이 서로 속이거나 죽이는 대신 사랑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세상을 원하는 것은 첫걸음으로서이다.”-p.140

📚“살아서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줄곧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땅의 표면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들과 쓸데없는 정보 조각들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무관하게 보일만한 것이란 일련의 즐거움들과 개인적인 열심들이다. 마치 ‘빵과 장미’에서 장미처럼 말이다.”-p.308

참고로 ‘빵과 장미’는 여성의 참정권과 관련된 구호다. 리베카 솔릿은 오웰의 글쓰기가 주로 개별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사소한 것에서 중대한 것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오웰의 장미>에서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 같다. 오웰의 삶과 글쓰기에서 시작해 오웰과 장미만큼이나 부조화스러운 ‘빵과 장미’란 구호로 표상되는 여성 참정권 운동, 스탈린 시대의 제국주의, 장미 산업의 추악함까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 자연스러움이 조금은 과해 흐름을 놓친 것 같거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북토크 때, 김현우 피디님께서 독서를 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 없다, 그게 ‘현재의 고유성’이다 라고 말씀해주셔서 위안이 됐다.

솔릿의 글을 오롯이 이해하진 못했어도 오웰이 꽃과 즐거움과 자연에 대해 수많은 문장을 남겼단 건 알았으니 내가 놓쳤던 글귀들도 감상해봐야겠다. <1984>도 재독하면 다르게 다가올 듯.

마지막으로 오웰이 심은 장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우리만의 장미를 심어야 하는 이유가 담긴 문장 하나를 덧붙여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단 하나뿐인 이 지상에서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p.353

#도서제공 #반비 #민음사 #오웰의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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