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웹기획자
흡혈마녀늑대 지음, 요물공쥬 그림 / 아무책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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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촉망받던 웹기획자였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만년과장 신세가 되어있는 저자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표지를 들추면 목차가 엄청 꽉 차 있는데 사실 전부 2~3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인 데다 문장에 군더더기도 없어서 잘 읽히고 직장인이라면 많이들 공감할 책이다.

정말 솔직히 말해 첫인상이 좋았던 책은 아니다. 일단 제목부터 30대 여성인 내가 반길 리 없는 ‘늙은’이란 형용사에 웹기획이라는 무관한 분야까지 별 매력이 없었고, ‘늙은 웹기획자’를 도드라지게 표현한 캐릭터와 칙칙한 컬러의 표지 디자인도 소유욕을 자극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후킹요소가 전무했다.

그러다 우연하게 작가님이 1인 출판사로 인생 첫 책을 내신 것인데 책 주문이 한권도 안 들어온 날도 있어 극도로 소심해져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고, 라이브 방송도 듣게 됐는데 그때 안타까움이 극에 달했다.

화면 속에는 엄청 긴장하고 계신다는 것도, 마흔을 훌쩍 넘기셨단 것도 믿기지 않을 만큼 명랑쾌활한 작가님이 계셨다. 책을 읽고서야 알았지만 우울증을 앓고 계신지 꽤 됐다하니 엄청 노력하셨던 걸 수 있다.

하지만 낯빛도 어둡고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이 도드라지는 캐릭터와 작가님의 공통분모는 단언컨대 단발머리와 안경뿐이다. 보통은 자기 캐릭터를 너무 미화해서 문제가 되지 않나? 사람이 겸손해야 된다지만 겸손 역시 과유불급인 거다.

라방 때 살짝 말씀드렸지만 이 책이 더 널리 알려지고 팔리려면 캐릭터 수정이 시급하다. 제목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직장인 생존 에세이‘ 뭐 이런 식으로.. 더 생각해보면 좋은 거 많을 거 같은데 하여튼 대다수 직장인을 후킹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 나는 만년 과장이 되었다. TV에서 묘사하는 그 모습 그대로의 만년 과장이다. 어디 감나무에서라도 떨어져 머리를 다친 것처럼 깜박깜박하고, 행동은 굼뜨고 눈치는 더럽게 없다. (중략) 신입 직원들이 난 저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그런 과장. 차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따위 버린 지 오래다. 내 꿈은 만년 과장으로 오래오래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중략) 물론 뒤에서 들리는 수군거림과 잔소리는 피할 수 없을 테지만- p.41~42

작가님의 글은 상당 부분 많은 바람으로 맺음한다. 가끔은 나도 항변하고 싶다. 멋진 패셔니스트가 되고 싶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등...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왜 생각만 하고 바라기만 하냐며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솔직히 우리도 많이들 그렇지 않나? 솔직하신 거다. 그리고 그 꾸밈없는 솔직함이 이 에세이의 최장점이다.

하지만 만년 과장으로 오래오래 회사를 다니는 것이 꿈인 작가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존버정신보다는 즐기자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 과정은 불행하니까.

진짜 하고 싶은 거 하나씩 순차적으로 몰입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순간을 즐기게 되고 시간은 금방 간다. 오히려 너무 빨리 가서 문제지. 그러니까 이 순간을 즐겨보자.

애정하는 노희경 작가님 말씀대로 우리는 오직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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