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andy > 에코가 되고 싶었던 또하나의 크라이튼..
The Da vinci Code (Mass Market Paperback, Original Edition)
댄 브라운 지음 / Bantam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500페이지가 넘는 영문서적을 다 읽어보기는 첨인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지낼 때도 잘 사보지 않던 페이퍼 백을 굳이 한국 서점에서 사게 되었던건 .. 11,000원이면 살 수 있는 페이퍼백이 있는데 굳이 책을 두권으로 만들어서 돈을 벌어보자는 작금의 출판 주류에 대해 약간의 반감이 들어서 일겝니다. 암튼.. 다른 분들은 사나흘이면 읽을 수 있다는 이 책을 원서로 사서 봄으로써 무려 그 다섯배의 시간을 들여가며 읽고 나니 감회가 색다릅니다.. (참고로 페이퍼백의 표지는 번역서와 거의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드커버보다 페이퍼백의 표지 디자인이 더 맘에 듭니다)

많은 리뷰들이 이 작품을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나 '장미의 이름'과 비교하는걸 보았습니다만, 전 오히려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계보에 이 댄 브라운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영화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시각적 글쓰기'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죠. 정말 자세하게 상황과 배경과 장소를 설명합니다. 골치아픈 심리묘사나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기 보다는 시나리오 읽는 것 같은 숨가쁜 사건 전개 위주로 글이 씌여 집니다.

두번째로는 .. 듀나라는 필명을 가지고 계신 한 인터넷 글지기 님이 말씀하신대로 크라이튼의 '지식과 스토리의 따로 노는 현상'을 이 책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방대해 보이는 초대 기독교의 미스테리에 얽힌 역사, 단체, 예술 분야의 갖가지 상징, 작품들이 범람하지만 결국 그것들이 스토리에 차용되는 단 하나의 연결고리는 자크 소니에르가 시온 수도회의 수장이라는 점 하나 뿐입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차용되었던 '혼돈 이론'이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대단한 과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 처럼 이 작품에서 나오는 수 많은 역사적, 미학적 배경지식이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하고 또다른 잡학 사전식 흥미거리처럼 보이는 것은 별 다섯개짜리 평점을 매기기 전에 결정적으로 손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점인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런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결국 최근 소설계에서 - 특히 미국에서 - 흔히 볼 수 있는 전문지식과 소설의 '크로스오버' 흐름 중 가장 최근의 historical fiction을 다룬 작품 중에서는 꽤 괜찮은 것임에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상당히 대중적인 '다빈치'라는 예술가와 서구 사회에서라면 누구나 알만한 기독교에 얽힌 배경지식을 깔고 현란한 장면 배합과 다 읽고 나면 허탈하기까지 한 약간 허무한 수수께끼로 잘 버무린.. 한여름에 배깔고 해변에서 읽기에는 아주 적당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서는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작가는 문체에서부터 철저하게 빨리, 쉽게 읽히는 문체를 사용한 듯 합니다. 제가 영문학을 전문으로 공부하지도 않았고 번역에도 소질이 없지만.. 소위 '분사구문'을 거의 모든 문장에 차용합니다. 복문을 단문으로 만들어주면서 길이를 줄여주는 이 분사구문 덕에 이 소설의 문장들은 그리 어렵게 읽히진 않습니다만..  꽤나 현학적인 어휘를 사용해서 자주 사전의 도움을 받느라 독서의 맥이 끊기곤 했습니다. 역사, 예술계의 고유명사가 많이 나오는 점도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점의 하나였지만 게다가 웬 프랑스어는 그리 자주 나오는지.. 초반 파리에서의 장면에서는 걸핏하면 나오는 프랑스어 대사 덕에 짜증이 나더군요.

다만 번역서에 각종 애너그램에 원본의 철자가 병기가 안되어있어서 그 맛이 안났다고 항의하는 글을 몇번 봤는데.. 원서로 읽다보니 그 단어의 라틴/그리스어 어원 및  비슷한 문자와의 관련성까지도 작가의 의도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독서에 적잖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One last thing.. 워낙 비주얼이 강조되어있는 소설에다가 몇몇 주요 모티프가 되는 장소 및 작품의 중요도를 생각해보면 소설을 읽으면서 루브르 박물관, Temple church, Westminster 사원, Rosslyn 교회 및 다빈치의 작품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에서 '다빈치 코드' 섹션을 보니 관련된 미스테리들과 각종 책의 이해를 돕는 사진 갤러리가 있더군요. 마지막 감흥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http://www.danbrown.com/secrets/davinci_code/galle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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