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치료의 이해 - 과연 인류는 암과의 전쟁을 종결시킬 것인가
김찬.전홍재 지음 / 청년의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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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봄, 

어머니가 폐암으로 소천하셨고, 

2020년 봄, 

아버지에게 폐암이 발병됐다.


어머니는 막내인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유방암에 걸리셨는데, 

그 때만 해도 암이 뭔지 몰랐고

 암에 걸리면 다 죽는 줄 알았다. 


왼쪽 유방을 완전히 도려내는

큰 수술을 받으셨고,

그 후 아버지는 암에 좋다는 

어성초, 굼벵이, 영지버섯 등을

전국을 다니며 구하셨고

집에선 상시로 케일을 키웠다.

 

다행히 엄마는 5년을 넘기셨고 

한 때 완치판정도 받으셨으나

뼈로 임파선으로 폐로 

잊어버릴 만 하면 

재발과 전이가 반복되었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려 26년 간 투병하시다

결국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오랜 기간 온 가족이

(물론 어머니 자신이 가장)

함께 고생했고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지만

 아버지 폐암 발병을 계기로  

그간 의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을 느낀다.




 
'면역항암 치료의 이해'

라는 책에 눈이 간 것은

아버지 폐암치료 과정에서

언급이 있기도 했지만

미국 카터 대통령이

고령의 나이에도 면역치료로

암이 완치되었다는 보도의

영향이 크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연세대학 의과대학 졸업동기로

현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고

면역항암치료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의료진이다. 

여러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두 저자는

2019년 7월에 블로그를 개설,

면역항암치료 관련 정보를 공유했는데,

암 환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에 힘입어

블로그에 연재했던 내용을 포함한

면역항암치료의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펴 내게 되었다고.



 

예전엔 암 치료 하면

수술 아니면 

항암(약물), 방사선치료

 정도만 알려졌고,

이 역시 치료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와

매우 견디기 힘든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최근 면역항암치료의 등장으로

희망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타깃은

 기존 항암제와 같이

암 자체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서 기능을 못하고 있던

우리 자신의 면역계다.

 

암은 특정 약제에 대해서

진화를 통해 

쉽게 내성을 만들지만

활성화된 면역계에 대해선

내성을 보이기 쉽지 않다.


따라서 면역항암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은

말기 암 환자라 하더라도

장기 생존 뿐 아니라 완치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는 

면역항암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2부는 실질적인 치료과정에 대해, 

마지막 3부에는 지금도 진화 중인 

면역항암치료의 미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요즘은 가족 중 

암 환자가 없는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암의 종류도 많고 환자도 많다. 

또한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관련 정보도 많고

무엇보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의 경험이 큰 힘이 된다.


이 책에는 실제 치료과정을

담은 사진과 설명은 물론

현재까지 개발된 

면역항암제 종류와 

사용가능한 암의 종류 등

면역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떤 암에 어떤 면역항암제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면역항암치료의 효과를

치료 전에 알 수 있는지,

암 환자가 알아두면 좋은

국가 제도와 임상시험,

암 치료 중에 알아두면 좋은 상식,

암 환자가 흔히 하는 오해와 진실 등

도움되는 정보가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폐암 환자 보호자로서

부끄러움도 느꼈다. 

그동안 양성자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계속 받았음에도

나는 아버지가 앓고 계신

암의 종류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2번째 재발되어

방사선치료를 할 것인지

항암치료를 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야

겨우 선생님께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치료제 등에 대해

여쭈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비소세포폐암 중

편평상피암이라는 것을 알았다.


2년 전 폐암이 발병했을 때

아버지는 "아무 증상도 없는데 

그냥 이대로 살다 죽을란다" 하시며

조직검사를 위한 입원조차 

거부하셨다. 


결국 언니들이 설득하고

내가 눈물의 편지를 쓰고 해서

조직검사를 거쳐

 양성자치료를 받으셨고, 

 큰 삶의 질 저하없이 

지내실 수 있었다. 


방사선치료를 받았던 자리에 

다시 재발이 되면서 

심적으로는 큰 고통이 있으시지만

나는 앞으로 진행될 치료과정을 

잘 견디시리라 믿는다. 


30년 전 어머니가 

방사선 치료를 받으실 때는

그야말로 살이 다 타들어가

화상을 입으실 정도였는데,

지금 아버지가 받으시는 치료는 

치료시간도 짧고 

받은 흔적 조차 없을 정도로 

기술이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용기를 얻은 건

이 책 첫머리에 씌여진

이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 정복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계속되고 있기에

그 누구도,

심지어 말기 암 환자일 지라도

먼저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


면역항암제의 발견은

인류를 암과의 전쟁에서

이끌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저자들의 확신과 노력에

따뜻한 시선과

기대의 박수를 보낸다.

 


책 속으로

암 환자나 가족들이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심리적스트레스, 유전 때문에 암이 생긴 것이라는 생각에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다. 물론 피해야할 유해안 요소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암 진단 이후부터라도 의지를 가지고 교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이러한 요소들보다도 DNA 복제과정에서 생기는 운명의 장난이 암 발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일정부분 확률에 따른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41-42쪽)


우리는 아무리 작은 암이라도, 암세포가 긴 시간 동안 수 없는 시도 끝에 면역계를 속여 넘긴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무서운 적을 이기기 위해 깨진 면역 균형을 원래대로 되돌려줄 수 있는 치료법, 그것이 바로 면역항암치료다. (56쪽)

면역함암제는 기존 항암제들보타 부작용이 적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증식하는 정상세포 역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에 구토, 탈모, 골수기능저하, 감염과 같은 많은 부작용이 동반된다. 따라서 75세 이상의 고령환자나 체력과 컨디션이 나쁜 환자에게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쓰기 어렵고 설령 쓰더라도 부작용에 의해 위태로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치료법이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낮으며, 고령의 전신 상태가 나쁜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67쪽)


면역항암제는 100년이 넘는 실패의 역사를 거쳤지만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발전한다. 수천 개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그중 수십 개의 임상시험이 성공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치료법들이 미국 FDA와 우리나라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암의 어떤 상황에서 면역항암제가 사용 가능한지는 암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의료진조차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05쪽)

면역항암제는 10여년 전부터 암 환자 진료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여 현재 폐암, 간암, 신장암 등 15가지 이상의 암에 널리 사용되는 3세대 항암치료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억제제로 앞서 언급했듯이 피부암 말기였던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를 완치시키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193쪽)


면역항암치료라는 생소한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한 지 불과 수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 방향이 단독치료에서 병합치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적고, 한번 치료 효과를 보이면 그 효과가 지속해서 나타난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30% 정도의 환자에게서만 효과를 보인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런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률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여러 약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합치료다. 최근 2년여 사이 면역항암 병합치료법들이 빠르게 개발되면서 다양한 암의 표준치료에도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9쪽)

면역항암치료의 병합치료를 시행할 때, 면역항암제의 파트너는 여러 후보 중에서 선정할 수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다른 기전을 목표로 하는 면역항암제, 심지어 방사선치료를 병합하기도 한다. 그중 최근까지 세포독성 항암제가 1차 항암치료의 표준이었던 위암에서 세포독성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합한 치료의 우수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4월 미국 FDA에서 지난 10여 년간 신규약제 허가가 없었던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 병합치료법을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2021년 6월부터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법으로 허가된 세포독성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합치료법이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아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24쪽)

지난 수십 년간 면역항암치료가 실패해왔던 것은 면역반응의 멈춤과 가속, 쉽게 표현해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에서 기인한다. 면역을 증강할 수 있는 면역세포와 사이토카인 투여가 암 치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열심히 면역 가속 페달을 밟아왔다. 하지만 브레이크에 묵직한 바위가 올라 있다면 아무리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자동차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지금의 면역항암치료에 대한 지식의 축적과 거듭되는 발견들은 엉뚱하게도 암이 온 힘을 다해 밟고 있던 면역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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