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긋는 연습 - 내가 아닌 것, 원치 않는 것들에 품위 있게 선을 긋는 바운더리 심리학
테리 콜 지음, 민지현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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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카톡이 왔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얼마 전 이직한 직장이기에 입원도 치료도 받기 힘든 상황.. 사고관련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털어놓은 언니의 마음의 소리...



언니의 솔직한 '한 마디' 를 듣자마자 나는 무엇이, 왜, 어떻게 힘든지 질문을 시작했고, 결국 "힘내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언니 얘길 들으며 문득 오래 전 완전 감정이입 되어 열심히 시청했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바로 '직장의 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그녀, 김혜수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부장님도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의 모습에 매료되었고, 일을 미스김처럼 잘하는 슈퍼갑도 아니고, 계약직도 아니면서, 그저 성이 '김' 이라는 이유로 마치 내가 미스김이라도 된 양 스스로에게 주입하며 당시 힘들었던 직장생활을 벼텨냈다. 각자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 바로 직장생활이므로. 

'선을 긋는 연습'의 저자 테리 콜은 심리전문치료사이자 글로벌 관계 및 권한 부여 전문가로 세계적인 여성능력강화전문가 이다. 책을 받아들고 예상보다 두꺼운 부피와 작은 글씨에 긴장했지만, '복잡한 심리 개념을 접근 가능하고 실행 가능하게 만들어 고객과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변화,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는 저자 소개에 용기얻어 책장을 넘겨보기로 했다. 그리고 8p. 에서 만난 '바운더리 권리' 와 다섯가지 질문.



- 사실은 거절하고 싶은데 '좋다' 고 말한 적이 있는가?

- 다른 사람의 필요나 욕구를 자신의 필요나 욕구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는가?

- 삶의 전반에 걸쳐 좀 더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가?

- 사랑하는 사람의 결정이나 감정, 상황에 지나치게 개입하는가?

- 도움 청하는 걸 싫어해서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가?

위 질문 중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당신 역시 과도한 역할 수행과 과도한 내주기로 기력을 소진시키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 

콰광! 가슴을 가격 당한다. 

마치, '지금 애인을 계속 만나야 하나' 물어보러 점집에 간 처자가, 점쟁이 방 문을 열고 열자마자 점쟁이로부터 '당장 헤어져!'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해법도 모르면서 문제를 적시하는 것 만으로도 내 가슴 속이 헤집어진다. 당신도 그러한가?

이 책은 지금 당신이 느낀 바로 그 문제(나만 알고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성숙한 바운더리의 주인이 되도록 안내해 주는 전략적 지침서' 다. 저자 테리 콜은 20여년 넘게 수많은 이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고, 그 결과 그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의 본질은 결국 하나, '건강한 바운더리'를 갖지 못했다는 것임을 발견했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갖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괜찮지 않은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양보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고 상대 반응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미 바운더리의 주인인 여성이 갖고 있는 특성을 설명한 문장이다. (p.11) 



그렇다면 건강하고 활력넘치며 유연한 바운더리를 구축하고 소통하고 관리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건강하지 못한 바운더리 행동양식은 '어디까지가 당신의 소관인지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다른 사람의 스트레스나 갈등을 자기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입부에서의 사례로 설명하면 언니가 '힘들어..' 라고 했을 때, 나는 그저 "그렇구나.. 언니가 요즘 많이 힘들구나.." 하는 것을 동조해 주는 것이 정도가 역할일텐데, 잘 알지도 못할 상황을 꼬치꼬치 물어가며 마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 사실 사람의 감정적 경험이나 문제는 온전히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말이다. 

여성문제 전문가인 해리엇 브레이커는 이를 가리켜 '무슨 일이든 완수하고 보자는 주의로 사는 유형' 이거나 '남을 기쁘게 해 주는 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 책장을 넘길수록 '찔리는 이야기' 가 대거 등장한다 )

저자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습관화 되어버린 바운더리 행동의 원인을 찾고, 손상된 바운더리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 실행가능한 전략을 제공한다. 과거 나의 어떤 환경이 나의 바운더리 행동을 주도하고 있는지, 그것을 재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 그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 조작자나 기타 유해한 성경을 포함한 '경계파괴자' 를 관리하는 방법, 그리고 나의 바운더리를 침해하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별 바운더리 대화법까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얻게 될 자기 이해가 앞으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것이 독자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사랑 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저자가 만난 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보아왔고, 건강한 바운더리의 언어와 실행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목격했다고. 

책을 읽으며 와 닿은 중요한 사실은 "나에 관한 취급설명서를 쓰는 일"은 "나의 소관" 이라는 것이다. 결국 "가장 분명한 선은 가장 강력한 자기 사랑의 표현이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것. 

또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공간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던 직장을 퇴직하면서 '시간이 많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을 누리지 못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휴대폰에서 울려 대는 각종 알림을 조정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수많은 단톡방, 다양한 인터넷 카페들, 그리고 각종 앱에서 울려되는 알림의 설정을 조정했다. 그리고 나니 세상이 조용해졌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로부터 통제 당하고 있었고, 몰라도 될 정보를 접하고 있었으며, 소중한 나만의 시간 마저 공유 당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되뇌이며 연습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날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과연 이 말을 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나는 화나지 않았으나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한 표정으로, 입가에 보일 듯 말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리고 언니에게 이 이 책의 한 대목을 찍어 보내며 말했다. 



"언니, 언니가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어."

< 참고 : 목차 >

들어가며

분명한 선은 자기주도적이고 나다운 삶의 핵심

1부: 모든 어긋난 관계는 분명한 선이 없어서이다

1장: 좋은 사람인 거 같은데 왜 무례한 부탁을 할까?

나와 타인을 구분짓는 자아의 경계, 바운더리 진단하기

2장: ‘내 방식이 아니면 관둬!’, ‘모두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엄격한 바운더리, 느슨한 바운더리, 건강한 바운더리

3장: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인정과 사랑을 얻는 방법은 없을까?

지나친 베품, 과도한 역할수행, 자동적 충고의 결말

4장: 모르고 있는 것들에 상처받기가 가장 쉽다

물려받은 바운더리, 손상된 바운더리 데이터

5장: 왜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반복될까?

현재의 상황과 과거 사이의 연계성을 찾는 3가지 질문

2부: 분명한 선은 가장 강력한 자기 사랑의 표현

6장: 나는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괜찮지 않은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양보할 수 없는 것 구분하기

7장: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한 민감함, 나를 포기할 때의 느낌과 감각

외적 바운더리, 내적 바운더리

8장: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마음의 공간 만들기

나의 진실한 감정, 좋아하는 것들을 존중하는 방식

9장: 바운더리 파괴자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위험한 관계 알아채기, 벗어나기

10장: 상황별 바운더리 대화법 101

상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용기

11장: 바운더리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심화 과제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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