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김래경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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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형형색색을 자랑하는 나무들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낡은 오두막.

노란 글자에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거미처럼 보이는 괴물 하나.

겉표지만 보았을 때에는 저 거미가 오두막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일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은 크나큰 실수!

바로 우리의 주인공 포그였던 것이다. 


책을 들고 열 장 정도 읽었을까??

옆을 돌아보니... 포그가 내 옆에서  턱을 괴고 엎드려  나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것 같았고,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집안 구석구석에서 포그가 뛰어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괴물들이 살고 있는 미지의 세계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 사이에 있는 결계를 지키기 위해 홀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포그. 

60cm의 복슬복슬한 작은 체구로 괴물들과 맞서 혼자 세상을 지키기 위해 아르르 거리며 달려나가는 포그의 뒷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혼잣말로 자문자답하는 포그의 모습을 보면 코끝이 찡해왔다.


"너 혼자 다 책임질 필요는 없어.."


라고 포그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가족.

엄마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하여 엄마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오두막으로 이사 온 페니와 데이비드 그리고 아빠.

세 사람 모두 누군가가 옆에서 톡! 톡! 찌르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상태지만, 서로가 모두 티를 내지 않고 행복한 표정을 억지로 과장되게 보이며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사랑하는 가족이 하루아침에 곁에서 사라진다면 그 슬픔을 과연 비교할 것이 있을까?


"기억은 마법 같은 거라고 난 생각해. 기억에는 다른 것을 강하게 해주는 힘이 있거든."


"죽은 사람은 사라지지 않아."


라고 책에 적혀있듯이 페니와 데이비드는 포그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힘든 전투를 치르며 엄마가 이제 곁에 없다는 슬픔에 잠겨있는 것보다는 엄마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 즐거운 시간들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이 남아있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포그(POG)는 가족 속에서도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지금 시대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랄까? 당연히 가족은 언제나 옆에  있다는 생각, 또는  시시 건건 참견하는 귀찮은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질풍노도의 기로에 서 있는 청소년들에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스스로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인 것 같다. 


 책 중반 정도 읽을 때까지는 책에 삽화가 그려져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표지에 그려진 포그의 모습은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너무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어갈 무렵에는 오히려  삽화가 없는 것이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만의 포그가 내 옆에서 야무지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듬직하게 칼과 지팡이를 들고 웃으며 서 있기 때문이다. 괴물들이 다가오면 봐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들릴 듯 말 듯 하게 아르르 거리며 말이다. 


아마 삽화가 그려져있었다면 포그는 모든 사람들 기억 속에  똑같은 모습으로 간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기억하는 포그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나만의 포그다. 

씨익~ 웃으며


"포그가 지켜주겠다요!!!"


외치고 있다. 핫핫.. 듬직하기도 하여라~~~


포그(POG)는 어린이, 청소년 소설 분야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찡~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결말이 기쁜 것 같기도 하면서 슬프고, 슬픈 것 같기도 하면서 기쁘다. 

때문에 포그의 후일담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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