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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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의 여인은 탐정이 없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헨더슨은 시작부터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린다. 어느새 감옥 갇힌다. 살인 당일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여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목격자들은 모두 그런 여자는 못 봤다는데 환장할 노릇. 바람을 피우다니 용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형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는 형 집행 날짜만 기다린다. 이대로 끝?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보고 있으니 여기저기 갈 때마다 SNS에 인증할 필요가 있을지도. 이 소설을 지인에게 추천하자. 그리고 억울 할 때 써먹을 수 있지 않냐며 SNS를 하는 핑계를 늘려보자.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닌 목격자를 찾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범인의 알리바이 깨기가 아니라, 누명을 쓴 주인공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려고 고군분투 한다. 친구인 롬버트와 애인인 캐럴 양의 노력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랑과 우정의 힘이란. 
 그런데 주인공의 누명을 벗겨줄 목격자들이 너무도 픽픽 죽어 나간다. 환상의 여인을 목격한 목격자는 총 네 명이 나온다. 결국 네 명 모두 죽는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에 따르면 모두 진범이 살해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이리도 쉽게 죽어 나가는데, 처음의 살인을 숨기는 데는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또 목격자를 없애는 동기도 약해 보인다. 형사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범은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벌이는 진범의 연쇄 살인은 무리한 전개로 보인다. 어차피 해외로 도피할 생각이었던 인물이 너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다섯 명의 목격자만 죽인다고 해서 끝나는 일일지. 식당의 손님 중에 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 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짜인 추리물은 아닐지라도 작품 내내 긴장감은 일품이다. 추리소설이아니라 훌륭한 서스펜스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반전도 매우 충격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진범이었다. 환상의 여인의 실체도 여러 의미로 충격이다. 약점과 강점이 확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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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 사건부 - 조선총독부 토막살인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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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독특한 별세계 사건부는 우리나라 ‘정탐소설’이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은 가뭄에 콩 나듯이 읽고 있어 아쉽다. 비록 얼마전에 셜록에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보긴 했지만.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살인의 수법과 시대 상황과 연결해서 생각하다 보면 범인의 동기를 알 수 없어 혼란하다. 작품에는 독립운동가나 친일파가 아닌 99%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진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용의자로 몰리는 건축사도 등장한다. 아아 슬프고 애닯다, 나라 잃은 삶.

추리 소설에서는 탐정이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꽤나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류경호도 엄청나게 구른다. 억울한 용의자의 혐의를 풀려고 거짓 증거도 만들고, 피해자의 하숙집에 들어갔다가 기절을 하기도 하고, 미행을 하다 발각될 뻔 하기도 하고, 심지어 범인에게 전기톱으로 살해 당할 뻔 하기도 한다. 형사처럼 조를 짜서 일하면 좋지 아니한가? 왓슨이 없어서 그런가?

작품 말미에 조선인 건축사에게 누명을 씌운 일본인 건축과장이 대가를 치루는 장면이 있다.  통쾌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악인을 벌하는 것은 좋았으나 증거를 조작한 것에 거부감이 느껴서 일까? 내 도덕적 결벽 때문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벌을 받는 대상이 머리가 아닌 꼬리였기 때문이다. 부조리한 현실의 모습을 떠올려서 였을지도 모른다.

소설이 식민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코난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생각났다.  그들은 식민지를 지배하는 나라의 입장에서 서술했고, 이 소설은 반대라는 차이는 있지만. 이 소설을 조선판 홈즈의 모험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칭찬일까. ‘빨간 머리 연맹’이 사건의 진상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기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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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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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데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주인공 프란시스는 주인인 구스타프를  따라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온다. 그런 프란시스 앞에는 연쇄 살묘(?) 사건이 기다린다. 소설은 프란시스가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 가는 모습을 담는다. 프란시스는 냉소적인 천재 고양이다.  “천재” 라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이다. 프란시스는 마치 인간 탐정처럼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 나간다. 심지어는 나중에는 컴퓨터도 다룬다.

프란시스는 파스칼이라는 고양이의 도움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이름을 보고 설마 했는데, 수학자 파스칼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따온 것이었다. 파스칼도 천재 고양이다. 컴퓨터도 다루고 심지어 프로그래밍까지 한다. 프란시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나도 이런 고양이가 있어서 내 코딩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아닌가? 그러면 내 일자리에 타격이 있을지도.

소설 속의 고양이들은 인간을 아주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펠리데의 친구인 블라우바트는 인간을 ‘깡통따개’ 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소설은 이런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을 마음껏 비판한다. 작품 속에서 고양이의 라이벌은 개가 아닌 쥐다. 톰과 제리처럼. 고양이들은 쥐를 언젠가 지구상에서 모두 없애 버려야할 존재로 본다. 그들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프란시스가 사건의 진상을 쫓던 과정에서 율리우스 박사라는 미치광이 과학자의 일기를 발견한다. 이 과학자는 어떤 상처도 금방 이어 붙일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험은 거듭해서 실패한다. 투자자는 더 이상 시험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그는 불법으로 이 끔찍한 실험을 계속한다. 수 많은 고양이에게 죽음이라는 폭력을 휘두르며. 나는 이 장면에서 생명의 존엄을 무시하고 호기심과 아집에 집착하는 광인을 보았다. 과학자의 광기는 습득한 지식의 크기와 도덕성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비극적이다. 한 사람의 일탈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에서는 수많은 약품, 화장품, 의류를 생산하려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또 단지 식량으로 삼으려고 대량으로 가축을 키우고 대량으로 도살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을 약육강식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만물의 영장인 인류의 권리인가?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얼마 전에 본 영화인 ‘옥자’의 장면들을 같이 떠올리면서 고민해본다.

제목인 펠리데는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럼 무슨 뜻이지? 무척 궁금하다. 사전이라도 뒤져 볼까 했으나, 꾹 참고 소설을 읽어 나갔다. 다행히 작가가 작품 안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펠리데는 고양이과의  학명이다. 거기에 더해서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이전의 원시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범인이 자신의 동족을 이런 모습으로 회귀시키려 사건을 일으킨다. 범인은 이 과정에서 끔찍한 실험을 한다. 프란시스에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나 할만한 실험을. 미치광이 과학자의 희생자가 미치광이 과학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마치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학살을 저지르는 모습 같다. 작가가 독일인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지도. 이런 폭력의 연쇄가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족 몇 가지.

작품을 보면서 집에 CCTV를 달아 놓았으면 주인들이 기절초풍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혼자서 컴퓨터를 다루는 고양이라니! 그러나 곧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고양이들은 자신이 컴퓨터를 다루고 인간과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조차 감쪽같이 숨긴다. 이내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연기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주석이 매우 훌륭하다. 상세하게 서술한 내용을 보면서 작가가 고양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느꼈다.

프란시스의 꿈은 사건 전반의 강력한 상징이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떠올려 보았다. 또 실제로 고양이도 꿈을 꾸는지 궁금하다. 잠들었을 때 가끔 움찔거리는 모습을 봐서는 맞는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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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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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부 시리즈로 유명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본격 추리 소설. 

이전에 이 작가의 작품은 고전부 시리즈 말고는 '부러진 용골' 정도만 읽어 보았다.

본격 추리 소설의 미덕은 재미다. 이 소설은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소설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유키는 아르바이트 전단지에서 엄청난 고액 아르바이트를 발견하고 지원하게 된다. 이 아르바이트는 시급이 112,000엔이다. 기간은 일주일이므로 총 보수는 우리나라 돈으로 2억 정도다. 이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12명은 '암귀관' 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모종의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각자에게 지급된 카드키를 받고 개인실로 들어온 유키는 'TOYBOX'에서 부지깽이와 흉기를 설명한 메모랜덤, 룰북을 발견하게 되는데...


 평소에 미스테리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반가울 소제가 많이 등장하는게 특징이다. 암귀관에 들어서자 마자 라운지의 탁자에는 12명의 인디언 인형이 놓여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마주다. 평소에 미스테리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실험의 목적과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예상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클로즈드 서클. 실험의 주최자는 닫힌 공간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살인을 유도한다. 비밀 통로가 존재하고 원형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공간인 '암귀관'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을 떠올리게 한다. 참가자에게 주어진 'TOYBOX' 에는 흉기와 그 흉기를 사용하는 살인 방식을 자세히 설명한 메모랜덤이 등장한다. 메모랜덤에는 그 흉기가 사용된 작품들도 등장하는데 반가운 소설들이 많았다. 이 메모랜덤은 나중에 범인을 밝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각 흉기의 밸런스가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힌트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지만 단점이 있는 소설이다. 디테일에 신경 쓰다가 전체를 놓쳐버린 느낌이 든다. 흉기중에 하나로 낙하식 천장이 등장한다. 낙하식 천장이라니. 아무리 유명 작가가 작품에서 사용했고, 흉기의 정체도 금방 밝혀졌다고 해도, 녹스의 10계까지 끌어다 쓴 소설에서 너무 과한 설정이 아닌가 싶었다. 메모랜덤에 적힌 작품을 몰라도 범인과의 마지막 대치 장면에서 흉기가 어떤 것인지 예측 가능하고 전개가 보여서 살짝 맥이 빠지기도 했다. 감옥에 갇히는 편이 너무 유리한 설정도 그렇다. 살육을 버리라고 넣어 놓은 것 치고는 너무 친절한 것 같기도. 그리고 작품 초반에는 굉장히 유능해 보였던 안도가 작품 말미에는 너무 멍청한 행동을 한다. 이성적인 척하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주제에 남들을 바보라고 깔보다니 설득력이 없다. 총기에 정말 해박해 보였는데 주인공이 쉽사리 간파한 부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에는 초조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후기까지 보고 나서는 그냥 멍청한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스와나는 실험 조직과 모종의 거래라도 한 것인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너무 태연하다. 다른 인물들과 사는 세상이 다르다지만 사이코패스 같기도 하다. 마지막에 유키에게 그런 편지를 보낸 것을 보면. 그리고 결정적으로 범인의 동기가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산술적으로 설명해서 끝낼 부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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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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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반전을 예상 할 수 없었던 추리 소설. 2004년 작품인데 그 당시의 상이란 상은 쓸어 담다시피 한 작품이다. 

 내가 이전에 읽은 이 작가의 작품은 '밀실살인게임' 시리즈이다. 총 세 편인데 이 작품들은 신 본격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쇄 살인 게임을 벌이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인데 오롯이 트릭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소설이다.

 

 아무튼 다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돌아오자.  주인공인 나루세는 프리터다. 탐정을 꿈꾼 적도 있지만 지금은 경비원으로 일한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사쿠라라는 여인을 구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와중에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할아버지의 뺑소니 사건의 진실을 쫓게 되는데.


 야쿠자, 원조교제, 매춘, 자살, 다단계, 노령화 문제 같은 사회문제가 대거 등장한다. 이 소설은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너무 평이한 전개다. 전개가 늘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다소 지루하다. 특별한 트릭이 등장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엄청난 충격이! 책의 말미에서 편견의 무서움을 깨닫게 된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작품 초반에 주인공의 원조교제를 공들여서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었기에 어리둥절했으나 후에 치밀한 복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알고 보면 책의 표지까지도 낚시인 소설. 서술 트릭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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