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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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실에서 너무 어마어마한 범죄를 보고 있어서 그럴까? 이 책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 나오는 사건들은 사소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소설 속 다섯 가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러 병폐를 보여준다. 시험지 유출, 낙태, 왕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 남을 밟아야 하는 세상, 꿈과 희망과 행복이 가득해야 할 학교의 어두운 면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뒤틀린, 뒤틀려 버린 사람들.

 

 분명 학교에서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베풀고 살면 모두 행복해진다고 배웠는데. 결국, 그러지 못한 사람들.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은 어린 학생보다 못하다. 성인이라는 말이 아깝다. 아직 다 자라지 못했으니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은 사람들. 현실의 범죄들도 모두 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뒤틀린, 뒤틀려 버린 사람들. 데드맨을 의학 소설에 견주어 봤는데, 이 소설은 심리학이나 정신 병리학 서적에 비할 수 있겠다. 나오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너무나 불안하고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둡다. 작품은 밝고 왁자지껄하고 가벼우라 한다. 그렇지만 내 가슴은 여고 괴담을 봤을 때처럼, 알 수 없이 낯설고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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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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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서 신체 일부만 가져가는 범인. 현장에 남겨진 증거는 절단한 신체를 보존하려는 듯한 흔적까지 남아 있다. 데드맨이 눈을 떴을 때, 정말 시체가 소생한 것 같은 묘사에 당황했다. 정말 그런 전개였다면? 크게 실망했으리라. 사실 그는 로보토미 시술을 받은 늙은 형사였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형사는 육체가 죽은 것보다 더한 고통을 당했다. 기억을 잃고 정신을 조종당했다. 육체가 아닌 인격이 죽어 버린 삶. 그것이 데드맨이다.

 

 그렇게 만든 악인을 끝내 쏘지 못하는 형사. 그는 끝까지 훌륭한 형사였다. 그리고 끝까지 수사를 해나가는 후배 형사들의 집념도 놀라웠다. 이 작품에는 훌륭한 형사와 사연 있는 범인이 나온다. 선과 악의 모호함을 묻는다. 어디서 많이 본 일본 추리 소설 같다. 그래서 낡은가? 아니다. 아주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그리고 현실의 부조리는 이런 소설을 통해 계속 고발해야 한다.

 

 이 작품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오마주한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소재를 잘 가져다 썼다. 피해자의 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 아조트, 수십 년 후에 밝혀지는 범인과 사건의 진상, 의외의 범인. 그냥 흉내내기였다면 진부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훌륭하게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로보토미나 정신질환을 묘사한 내용만 때어내면 의학 소설로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작가가 그런 내용을 겉돌지 않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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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관 -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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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읽은 “봉제 인형 살인사건”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살인 사건이 났는데도 유쾌한 경찰이 등장한다. 존 딕슨 카 집착병자인 구로호시는 밀실 살인을 만나면 “‘밀실이다!”를 외치며 담뿍 웃는다. 속으로도 아니고 겉으로 말이다. 그런 구로호시를 구박하는 후배 다케우치가 등장한다. 투닥투닥 거리는 두 사람을 보자니 추리 만화를 보는 것도 같다.

 

 이 소설은 구로호시와 다케우치가 겪는 여러 밀실 살인을 엮어 놓은 책이다. 이야기는 짤막하고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다. 헛다리 짚는 구로호시의 추리 뒤에 깜짝 놀랄 밀실의 반전이 기다린다. 소설 속에서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고 일깨우는 점이 재밌다. 밀실소설의 트릭은 뿐이다. 이런 재미를 주고 나서 고민해볼 화두도 던져준다.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사람과 의도를 가지고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있다. 누가 더 나쁠까? 죄를 벌할 때 행위를 우선해야 할까 의도를 우선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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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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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의 시작과 끝은 한 사람을 향한다. 윌리엄 올리버 레이튼 폭스, 일명 울프에게. 이  소설은 시체가 봉제 인형처럼 꾀어져 있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시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울프의 방이다. 이 그리고 곧 살인범은 살인 예고를 보낸다. 범인은 경찰에게 두 가지 과제를 준다.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일, 살인범의 명단에 나온 피해자를 지키는 일. 범인은 마지막 희생자로 울프를 지목한다.

 

 그리고 범인은 희생자를 보호하는 경찰을 비웃으며 한 명씩 살해한다. 희생자의 행동을 예측하여 원격에서 살인하는 범인은 충격과 공포다. 그러나 이런 살해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한 명이라도 자신의 계산과 다르게 행동했다면? 범인은 엄청나게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너무 운에 의존한다. 그리고 중간에는 스스로 약속을 깨버리고 결행일을 앞당긴다. 희생자가 보호받고 있는 안전 가옥에 침입했다가 혈흔을 남기기도 한다. 결국, 냉혹한 살인마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이런 모습들은 후반부에 그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이 설득력이 있게 한다.

 

 읽는 동안 결말을 상상해 봤다. 범인이 울프를 죽이고 자살처럼 꾸미려고 할까? 너무 뻔해서 아닐것 같았다. 파우스트 거래라는 전개가 신선했다. 만약 울프가 직접 복수극에 나선 것이 반전이었다면 매우 실망했을 것이다. 후반부에 범인과 울프가 직접 대결하는 장면은 어쩔 수 없는 전개였을 것이다. 만약 범인이 끝까지 지능적인 방법으로 울프를 살해하려고 했다면? 울프가 죽는 결말만은 피해야 했다. 작가는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며 범인을 과시욕과 자만심이 넘치게 묘사했다. 

 

 최후에 울프는 진짜로 늑대가 되어 버렸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고 거의 악마가 되었다. 복수의 천사가 타락하여 악마가 되듯.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이 소설에는 어디서 많이 본 소재가 등장한다. 일단, 로맨스가 너무 많다. 울프는 총 세 명의 여인과 엮여있다. 당장 몇 주 후에 죽게 생겼는데! 세 여인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해는 하지만. 어김없이 부패한 언론이 등장한다. 너무나도 뻔한 모습으로. 그럼에도 설득력이 있는 건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 ‘세븐’을 떠오르게 한다. 연쇄 살인범이 마지막 희생자로 형사를 선택하는 점, 독특한 살해 방법, 그리고 담당 형사가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흔한 장치들과 소재를 사용해도 작품은 재밌다. 익숙한 재료로도 훌륭한 맛을 낸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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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F가 된다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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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읽었다. 제목의 F가 대체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면서 봤다. 이 주인공은 탐정이 아니다. 그래서 건축학과 조교수가 연쇄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 할 것 같지 않았다. 걱정대로. 작품이 종반까지도 시원하게 해결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교수는 혼자 끙끙 거리고. 증거나 단서도 거의 없다. 결국 논리적 추론 보다는 추정과 직감으로 맞춰 나가다가 우연한 계기로 문제를 푼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게맞겠지. 밀실에서 말도 안되는 살인이 일어났다. 아무런 단서도 없고.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이유는 본인이 밀실의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현실이라면 천재 탐정이 뾰로롱 등장하여 짜잔 푸는 게 더 이상하겠다. 차라리 현실 같아서 좋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트릭과 범인의 동기와 사상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우선 범인이 밀실을 만든 트릭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내 입장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 F는 그것이었다. 트릭은 정수 오버플로우. 분명히 이 연구소에는 최고의 능력자들만 모였다고 했는데? 변수 타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은 기초적인 실수 아닐까? 그러나 1999년에 화성 탐사선이 단위 계산 착오로 추락한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이 프로젝트도 정말 뛰어난 인재가 모여 진행한 프로젝트 였으니까. 프로그래머는 코드로 소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남의 코드에 무관심한 사람도 많다.  코드가 너무 복잡하다 보면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기도 하고. 실제로 나도 그러니까. 1994년이 배경이니까 형상관리가 제대로 안 되었을 수도 있겠다. 현실 같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천재를 묘사하는 방식과 실존주의를 대하는 태도는 별로였다.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람을 셋이나 죽이는 행동과 생존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고  설명한다. 다른 생명이나 존재를 희생하기에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선악을 고민해 보고 의도하지 않게 다른 존재를 희생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라는 뜻이였다면 좋았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치 조금이라도 선하게 살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렇다면 도덕과 법은 왜 필요할까? 책에서 묘사되는 천재는 순수하다. 그래서 선악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가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인은 그저 살인을 할 수 있어서 살인을 한다. 이런 흐름으로 서술된 범인의 사고 방식과 동기는 좀체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개미를 쉽게 짖뭉개버릴 수 있다. 그러나 실재로 하지 않는다. 상대의 처지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카타 박사는 그런 노력도 의지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사는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 그런 불합리를 끝내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묘하게 비뚤어진 실존주의다. 박사가 정말 합리적이고 순수하게만 사고한다면 자살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천재가 아니라 싸이코패스 같은데.


영상화된 작품에서는 과연 이런 아쉬운 점을 잘 보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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